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정희)는 최근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 A씨가 부처를 상대로 낸 정직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소속 사내커플에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있는 회식자리에서 수차례 '뽀뽀해보라'고 해 성적 수치심을 입도록 했고 직원 여러 명을 대상으로 수차례에 걸쳐 성희롱을 했다"면서 정직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2018년 8월~2019년 8월에 걸쳐 다른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례들의 경우 징계 수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참작사유로 언급되기도 했다. 징계시효가 넘었지만 징계 수위를 정할 때 이를 고려한 것이다. 2019년 10월 이전의 행위는 징계시효가 지난 상태였다.
이에 따르면 A씨는 이 기간 회식 자리에서 한 직원을 "애기야"라고 불렀다. 또 다른 회식 자리를 마친 날엔 술에 취해 어지럽다면서 이 직원에게 손을 잡아 달라고 했다. 다른 직원에겐 "나랑 집이 가깝구나, 따로 만나자"라는 등의 발언을 한 점도 징계 참작사유 중 하나로 언급됐다.
이 외에도 "언제 살 뺄 거냐", "임신한 거냐"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징계사유에서 언급된 일로 피해를 본 사내커플 중 한 명인 여성 직원에겐 "여행 가봤냐, 뽀뽀해봤냐, 어디까지 갔냐"는 등의 부적절한 질문도 던졌다.
A씨는 다른 직원들에게도 성희롱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받아냈다. 이는 법정에서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A씨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였다. A씨는 징계시효가 지난 사례를 징계 수위를 정할 때 참작하고 사실관계가 다른 사유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게 됐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징계사유와 징계 참작사유 중 한 직원의 머리카락을 만졌다는 것만 빼고 모든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사내커플 측과 다른 직원들이 '뽀뽀' 발언을 들은 시점을 놓고 진술 내용에 차이를 보이긴 했지만 해당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증인으로 나온 다른 직원의 역할이 컸다.
재판부는 "증인은 2019년 10월 회식 자리에서 A씨가 사내커플에게 뽀뽀해보라고 말하는 것을 분명히 직접 들었다고 진술했고 조사부터 증언까지 일관될 뿐 아니라 직접 듣지 않았다면 진술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라며 "증인이 A씨에 대해 허위진술을 할 뚜렷한 동기가 없고 증인 외에도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도 A씨가 유사한 발언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가 직접 전화를 걸어 진위를 묻는 상황에서 하급자가 직접 항의를 하거나 불쾌함을 표시할 수 없었을 것이란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같은 취지로 다른 직원들이 낸 '성희롱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는 부서의 장으로서 성희롱·성폭력 고충처리, 재발장지 대책 수립과 이행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데도 성희롱을 했다"며 "A씨가 20여년간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근무했고 장관 표창을 받은 공적이 있는 점을 고려해도 정직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직장 내 인권 보호 등의 공익이 A씨가 징계로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은 고용노동부 손을 들어줬지만 당분간 법적 분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 변론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8월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접수건수는 총 1142건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4.69건의 신고가 이뤄진 것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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