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이 반영되는 첫 대입 수시전형에서 약대·한의대 지원자는 늘고 치대·수의대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커트라인 하락이 예상된 약대에는 역대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최상위권 문과 수험생들이 노리는 한의대의 경쟁률도 동반 상승했다. 기존에 치대와 수의대를 지원하려던 이과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의대로 옮겨 가면서 이들 학과 경쟁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의대 증원의 나비 효과가 ‘의·치·한·약·수’(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로 불리는 메디컬스쿨 입시 전략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쟁률도 치솟았다. 약대의 수시 평균 경쟁률은 43.5 대 1로 의대 경쟁률(24.0 대 1)을 크게 웃돌았다. 입시 전문가들은 기존 약대 최상위권 지원자가 증원된 의대로 이동할 것을 기대하고 상향 지원한 이과 상위권 수험생이 많아진 결과로 보고 있다. 의대 증원발 최상위권의 연쇄 이동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약대뿐만이 아니다. 한의대도 지원자가 대폭 늘었다. 2023학년도 1만2407명에서 2024학년도 1만2598명으로 증가세를 보이던 한의대 지원자는 2025학년도 1만3339명으로 급증했다. 경쟁률도 2023학년도 36.9 대 1에서 2025학년도엔 43.5 대 1로 상승했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한의대는 인문계열 수험생도 지원할 수 있는데, 의대 증원으로 한의대 커트라인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상위권 문과 지원자가 몰렸다”고 설명했다.
수의대도 지원자가 8000명대로 떨어졌다. 전국 10개 수의대 지원자는 2023학년도 9572명(31.5 대 1), 2024학년도 9240명(25.7 대 1), 2025학년도 8716명(27.2 대 1)을 기록했다. 의대 커트라인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수의대에 지원하는 대신 의대를 선택한 학생이 늘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시에서는 이같이 상황이 더 심화할 것으로 봤다. 학교생활기록부가 반영되는 수시는 고교 3년간 준비해오던 방향으로 원서를 낼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정시는 생기부에서 자유롭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력이 크다. 또 지역인재전형으로 주로 선발하는 수시와 달리 정시는 전국 단위로 모집해 수도권 학생도 비수도권 메디컬스쿨에 지원할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시에서도 수시와 마찬가지로 의대와 약대, 한의대에 많은 지원자가 집중될 것”이라며 “의대와 약대를 노린 상위권 n수생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들 학과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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