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지속가능 제품 95% 목표...환경 위해 모두 바꿀 것"

입력 2024-10-05 06:00  

[한경ESG] 케이스스터디 - 유한킴벌리



가정·위생용품은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화장대, 거실, 화장실 등 늘 곁에 있고 떼려야 뗄 수 없다. 유한킴벌리는 이처럼 우리 주변의 미용 티슈, 물티슈, 기저귀, 생리대 등을 만드는 회사다.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동시에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용품이다. 유한킴벌리는 이 같은 용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누구보다 깊이 고려하며 지구와 사회를 위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가 합작해 탄생한 유한킴벌리는 1970년에 시작됐다. 환경에 관심이 별로 없던 당시부터 유한킴벌리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일을 정의하고 실천하는 데 집중했다. 2018년 ‘환경경영 3.0’을 제시한 유한킴벌리는 2030 목표로 ‘지속가능 제품 전체 매출 95% 달성’이라는 도전 과제를 세웠다. 또 2021년에는 새로운 10년의 비전 ‘우리는 생활-건강-지구환경을 위해 행동합니다’를 수립했다.

유한킴벌리는 사내 협의 거버넌스와 빠른 의사소통 문화를 기반으로 매년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고 진단과 개선을 실시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에 관심 있는 기업에 유한킴벌리 사례가 우선 회자되는 이유다. 공격적 지속가능 제품 목표 설정도 그러한 내부 혁신의 일환이다. 40년간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이어가고 비상장사임에도 15년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개해온 유한킴벌리에는 혁신의 일상화와 꾸준함이 배어 있다. 전양숙 유한킴벌리 ESG&커뮤니케이션 본부장과 이승필 환경경영팀장을 만나 유한킴벌리의 지속가능 제품 개발에 대한 비전을 들었다.

제품 디자인 단계부터 환경성 고려

거슬러 올라가면 폐기물 감소 노력이 시작이었다. 1986년부터 유한킴벌리는 경박단소(輕薄短小), 즉 제품을 가볍고 얇고 짧고 작게 만들고자 했다. 흡수력이나 퍼포먼스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로 제품력을 높이면서도 폐기물 발생을 줄였다. 1993년 청정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공장 설계 자체부터 청정 생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당시 전 공정을 하나하나 열어 분석하면서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이 적도록 말단 관리에 대한 최적화를 고민했다. 2000년 두루마리 화장지부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제품 환경성 평가를 시작했고, 기저귀로 이어가며 지속가능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속가능경영 보고 기준이 되는 GRI 가이드라인이 2002년에 나왔는데, 1990년대부터 당시 CEO가 경제·사회·환경의 가치(Triple Bottom Line)를 비디오 사보를 통해 강조했으니 일찍부터 준비한 셈이죠.“ 전 본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유한킴벌리의 가장 큰 강점은 지속적인 개선과 최적화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려하는 것. 폐기물을 줄이려는 노력은 폐수로 이어졌다. 화학적으로 처리하던 폐수에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학적 공법 수처리를 도입했다. 이런 시도 속에서 제품 전과정(lifecycle)의 환경성 개선이 화두가 됐다. 전과정 조사 결과 제조 과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크지 않고 개선의 핵심은 앞단의 공급망 업스트림에 있음을 정량적 데이터로 확인했다. 2003년에는 이런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공급망 상생협력팀(Supply Relationship Development, SRD)을 출범했다. 당시로는 생소했던 ‘환경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Environment, DfE)’을 고민한 시점이다. 원재료부터 소비자 사용까지 제품 전과정에서 환경영향을 놓친 부분은 없는지 따진 것이다.

2018년에는 환경경영추진본부 신설을 통해 환경경영 3.0 체제를 수립했고, 이후 2030년까지 지속가능 제품 매출의 95% 달성이라는 목표가 도출됐다. 95%의 의미는 바꿀 수 없는 것을 빼고 모두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해보겠다는 지향점과 의지를 담았다. 이 목표를 세우면서 바로 포장재 절감을 실시했다. 우선 2차 포장재 비닐을 재생 플라스틱으로 30% 대체를 목표로 삼았는데, 실제 제품 생산에 시험한 결과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자 사내 다른 제품에도 확장했다. 가정용품부터 여성용품, 크리넥스 등 1차 포장에도 적용했다.

패키지에 재생 플라스틱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전성 검토부터 독성학까지 다양한 화학적 검증이 필요했다. 제품 개발, 제조 생산, 마케팅 등 협업을 통해 필름류 포장재에 재생 플라스틱 30% 적용이 마무리됐다. 조직이 유연해 연구소, 엔지니어, 마케터 등이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한 번의 성공 경험을 사내 다른 제품에 빠르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확산이 이뤄졌다고, 전 본부장은 회상했다.

이 같은 빠른 행동에는 해외에서 생산되는 펄프를 제외하고는 공급망이 대부분 국내 생산인 점도 한몫했다. 크리넥스는 김천공장에서, 여성 위생용품과 성인용품은 충주공장에서, 기저귀 등 유아용품은 대전공장에서 주로 생산한다. 해외에서도 일부 개발하지만 대부분 한국에서 수급된다. 포장재의 변화도 한국의 원부자재 공급사에서 도왔다. “원부자재 공급처가 국내면 원료나 제품 수송에도 이동 거리가 줄어 이득이죠. 포장재 감축이나 재생 플라스틱 사용 등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디자인팀, R&D팀, 사업부, 구매팀 모두 함께 협업해 움직였고, 공급사에서도 우리 요구를 흔쾌히 들어줬어요.” 이 팀장이 설명했다.







소비자 마음 움직인 하기스 네이처메이드

지속가능 제품 인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국내에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환경표지제도와 환경성적표지제도의 저탄소 인증, 그리고 자원순환산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GR 마크가 있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의약외품은 환경표지를 못 받기에 기저귀는 환경 마크를 받을 수 없다. 생리대의 경우 전과정평가(LCA)에 따른 저탄소 인증밖에 받을 수 없다.

유한킴벌리는 자사 제품을 꾸준히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지속가능 제품을 향한 목표를 세웠다. 지속가능 제품을 무엇으로 정의하는지는 쉬운 일이 아니다. 유한킴벌리는 사내에서 치열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지속가능 제품을 ’환경성을 포용하고 사회성을 포함한 제품’으로 정의했다. 환경성을 포용하는 경우 고민의 여지가 크지 않지만, 사회성의 경우 공급망 인권이나 노동까지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소재를 바꿨다. 바이오매스 등 비석유계 소재와 재생 플라스틱 사용을 확대해 2030년까지 석유계 플라스틱 사용량을 2019년 대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플라스틱 저감에 한계가 있는 제품군의 경우 제품 LCA 기반 탄소발자국 저감, 환경표지 및 저탄소 인증 등 환경성 강화 항목 충족을 통해 지속가능 제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소재뿐 아니라 기술개발도 중요하다. 단위당 퍼포먼스를 높이는 방식의 기술도 환경에 도움이 된다. 기술이 강화되면 펄프 단위당 흡수력, 강도 등을 높일 수 있다. 유한킴벌리가 부직포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이유도 부직포 기술을 갖춰 제품력을 높이고, 나아가 소재 절감 및 새로운 제품화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함이다.

펄프 엠보싱의 경우 과거에는 합지용 풀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물로만 엠보싱을 내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이는 세계 각국에서 배우러 오는 혁신적 기술이다. 또 생리대를 펄프 시트로만 만드는 기술도 개발했다. 심지어 한국이 최초다. 전 본부장이 말했다. “화장지 엠보싱을 풀 대신 물로 합지하는 아쿠아프레시 공법은 유한킴벌리가 최초입니다. 한국 소비자의 기대 수준이 높은 만큼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 수준도 향상될 수밖에 없죠.”

한국 소비자에게 환영받은 대표적 자연 유래 소재 제품으로는 하기스 네이처메이드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시행착오는 있었다. 2010년대 초, 유한킴벌리가 내세운 첫 자연 소재 네이처메이드 제품은 처음으로 품질이 자사 프리미엄 제품 대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사 대비 우위 제품만 출시한다는 원칙을 지닌 유한킴벌리로서는 충격적 결과였다. 해당 자연 소재 특성상 축축함이 오래간 것이다. 곧바로 다른 소재를 찾았다. 우여곡절 끝에 사탕수수 소재로 커버를 만들었는데 품질 측면에서 우수한 데다 폭신폭신하면서 부드럽기까지 했다.

사탕수수로 소재를 바꾸자 소비자의 즉각적 반응이 이어졌다. 한 해 20억 원 수준으로 팔리던 네이처메이드가 6개월 만에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시 기저귀 전체 제품에서 매출 판매량이 2%였다가 그해 말 10%로 드라마틱하게 올라갔다. 최근에는 무려 50% 수준이다. 기저귀 제품에서 네이처메이드가 절반 이상 팔린다는 뜻이다. 전 본부장은 “환경친화적 소재를 쓴 제품은 당연히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깬 것이 이 제품의 특징”이라며 “품질이 뛰어나 아기 피부에 좋고, 환경에도 부하가 적다.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환경발자국을 줄이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최근 일각에서는 제품의 친환경성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것을 ‘그린워싱’이라 보고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한킴벌리도 광고 표시법이나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꼼꼼히 따지며 자칫 과포장이 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 자연 소재나 재생 플라스틱 함량을 최대한 높인 제품도 유한킴벌리가 함부로 ‘친환경’이라 일컫지 않는 이유다.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법무법인 화우로부터 그린워싱 우려와 관련한 법률 검토를 받은 것도 자칫 이런 활동이 과도한 포장으로 보이는 것을 경계해서다. 소비자와의 소통 과정에서 오해를 최대한 줄이려는 행보다.




지속가능 제품에 투표하는 소비 중요

소비자들은 정말 지속가능 제품을 원할까. 마케터 출신이기도 한 전 본부장은 “환경을 위해서만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믿는 건 난센스”라며 “제품은 본연의 기능을 해내는 것이 첫 번째다. 예를 들어 기저귀는 흡수를 잘하고 새지 않아야 한다. 환경은 기본 품질을 제공하면서도 추가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가치다. 기저귀의 경우 같은 값이면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은 제품을 선호하는 것처럼 환경 프리미엄도 기본 품질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유한킴벌리가 소비자 조사를 실시한 결과, 환경만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품질 등 다른 모든 가치보다 환경을 우선시하는 소비자는 그만큼 소수라는 뜻이다. 대부분 소비자는 품질, 환경, 가성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그럼에도 네이처메이드의 사례에서 보듯이 환경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무르익으면 프리미엄을 주더라도 환경에 부하가 적고 더 좋은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가 크 나타나기도 한다.

결국 지속가능 제품을 만드는 데는 소비자의 선택이 큰 역할을 한다. 소비자들은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나 마찬가지다. 구매를 통해 기업에 돈을 쥐여주는 것이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대용량 패키지, 인쇄 잉크 저감, 친환경 소재 제품 등 이전에는 기업이 내놓아도 팔리지 않던 제품을 이제는 소비자들이 찾으면서 방향성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전 본부장은 “구매 선택의 순간이 미래에 대한 투표라고 생각한다. 기업에는 소비자의 의사결정이 지배구조상 의사결정보다 중요하다. 기업은 결국 시장에 가치를 제공하고 수익을 내는 곳인데, 가치를 인정해주는 곳에 투자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장을 줄이고, 환경부하를 적게 일으키는 제품, 안전이나 인권을 생각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순간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 투표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팀장도 “최근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끼는데, 소비자들이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의사표현을 하다 보면 기업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유한킴벌리가 이 분야의 선두 주자로서, 다른 기업까지 동참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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