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회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신뢰도가 바닥권인 이유를 유추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국민에게 필요한 민생 법안은 팽개친 채 여야가 기를 쓰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일차적인 책임은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야당에 있다. 민주당은 22대 들어 개원 석 달여 동안 7개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와 같은 제도인데, 민주당이 남발하는 목적은 자명하다. 탄핵안 중 4건은 검사에 대한 것으로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수사 검사 등이 포함돼 있다. 당 대표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해 탄핵이라는 엄중한 헌법 장치를 마구 휘두르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이 발의한 특검법도 9건이나 된다. 이 중 ‘채상병 특검법’은 세 차례나 재발의해 그제 또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 행사를 곧바로 요청해 ‘발의-거부권-폐기-재발의’의 무한 소모전이 되풀이될 전망이다.
탄핵, 특검에 더해 민주당 입법 폭주의 또 다른 양상은 포퓰리즘 입법이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지역화폐법, 파업을 조장하는 일명 ‘노란봉투법’, 쌀값 하락 때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안전운임제를 상시 도입하는 화물자동차 운수법, 가맹점주단체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이다. 한결같이 현금 살포로 재정을 악화시키거나 시장경제 원리에 상치되는 반기업적 법안이다.
이런 와중에 국가 대계를 위한 법안들은 표류하고 있다. 전력망 확충 특별법’과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등 주요 에너지 법안의 국회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실기하면 ‘전력 대란’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급변하는 세상에 한국 국회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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