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유포한 사직 전공의가 구속됐다. 지난 2월 시작된 의정 갈등으로 집단 파업에 나선 전공의가 구속된 첫 번째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전공의 정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정씨는 지난 7월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고 병원과 학교에 복귀한 의사와 의대생들의 명단을 추려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으로 텔레그램과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여러 차례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명단에는 의사·의대생들 800여 명의 이름과 소속 병원·학과 등 신상 정보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한 의사’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병원에서 근무 중인 소수 의사를 비꼬는 표현이다.
경찰은 정씨의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고, 온라인에서 복귀 전공의 등에 대해 지속해서 조리돌림을 했다는 점에서 스토킹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검찰은 경찰의 구속 영장 신청의견을 받아들여 지난 13일 법원에 정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부는 수사기관과 협조해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의사·대학생들을 겁박하고 의료현장 복귀를 방해할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제작·유포하는 행위를 엄단할 방침이라고 밝혀왔다. 검찰은 현재 파업으로 발생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선 병원에 파견된 공보의들의 명단을 온라인에 유출한 의사 11명과 의대생 2명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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