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를 타고 관객들 사이를 날아다니는 아티스트, 선선한 가을밤을 수놓은 황홀한 드론 쇼, 명곡의 향연, 그리고 객석에 깔린 폭신한 방석과 콘서트 타이틀이 적힌 망원경까지 가수 아이유(IU) 공연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들이다. '상암벌'에서 만난 아이유는 그렇게 10만여 관객들에게 또 한 번 최고의 경험을 선사했다.
아이유는 2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아이유 허 월드투어 콘서트 앙코르 : 더 위닝(2024 IU HEREH WORLD TOUR CONCERT ENCORE: THE WINNING)'을 개최했다. 전날에 이은 두 번째 회차다.
이번 공연은 지난 3월 2일 서울 송파구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시작해 요코하마, 타이베이, 싱가포르, 자카르타, 홍콩, 마닐라, 쿠알라룸푸르, 런던, 베를린, 방콕, 오사카, 북미 뉴어크, 애틀랜타, 워싱턴 D.C., 로즈몬트, 오클랜드,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진행한 월드투어의 대미를 장식하는 콘서트다.
현재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한 솔로 가수는 서태지, 싸이, 지드래곤, 임영웅 등 최정상급 가수로 아주 극소수에 해당한다. 아이유는 2022년 여성 뮤지션 최초로 서울 잠실주경기장에 입성한 데 이어 마침내 최대 6만여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상암벌'까지 정복했다.
아이유의 대중적 인기를 증명하듯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하는 환승역인 합정역에서부터 혼잡함이 시작됐다. 역사 내에는 '아이유 콘서트로 인해 동선 관리를 한다'는 내용의 안내가 붙었고, 직원들도 나와 직접 이동 방향을 안내했다. 경기장에 들어서자 그라운드부터 좌석까지 꽉 들어찬 관객의 규모가 압도감을 줬다.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양일간 동원한 관객수는 총 10만명이다.
콘서트의 포문을 연 곡은 '홀씨'였다. 아이유는 마치 홀씨처럼 리프트를 타고 무대 위를 날아다니며 등장했고, 그라운드석 뒤편에서도 홀씨를 연상케 하는 콘페티가 터지며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잼잼'까지 부른 아이유는 "첫 월드투어 콘서트의 정말 마지막 공연에 오신 여러분들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인사했다.
아이유의 콘서트 객석에는 늘 방석이 깔려있다. 편안한 관람을 위해 아이유가 준비하는 작지만 큰 선물이다. 특별히 이번 공연에는 망원경도 마련됐다. 넓디넓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도 자기 모습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팬들을 위한 배려였다.
아이유는 "오늘은 새로운 선물이 있다. 망원경을 다 받으셨을 텐데 이번 앨범 '더 위닝'에서 콘셉트적으로 중요하게 사용된 오브제이기도 하고, 멀리서 보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잘 보시라고 준비했다. 유용하게 쓰시길 바란다"면서 각별한 팬 사랑을 드러냈다.
스타디움 급 규모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의 공연은 연출에 힘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아티스트 1인이 회차당 5만명의 관객과 소통해야 하는 솔로 가수의 경우 더욱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경기장을 넓게 쓰는 광폭 연출이 돋보였다. 잔디 보호에도 신경 써야 하는바 메인 무대와 돌출 무대를 잇는 브릿지를 없앴고, 대신 아이유가 직접 리프트를 타고 그라운드를 '세로 질러' 날아 이동했다. 레이저를 활용해 양 무대를 연결하는 연출도 인상적이었고, 돌출 무대와 객석의 거리도 상당히 가까웠다.
공연은 'Hypnotic(최면을 거는 듯한)', 'Energetic(활기찬, 힘이 넘치는)', 'Romantic(연애의, 사랑에 빠진, 정열적인)', 'Ecstatic(황홀경의, 열광적인)', 'Herotic(영웅적인)'까지 다섯 개의 파트로 나뉘어 진행됐다.
오프닝에 이어 '어푸', '삐삐', '오블리비아테(Obliviate)'까지 부르며 첫 파트를 끝낸 뒤 두 번째 파트는 '셀러브리티(Celebrity)'로 시작했다. 드론 별이 객석을 한 바퀴 돌자 돌출 무대로 시선이 옮겨졌고, 메인 무대와 돌출 무대를 잇는 레이저 길이 만들어졌다. 아이유는 환호를 받으며 그 길을 따라 리프트를 타고 돌출 무대로 이동했다. '블루밍(Blueming)' 무대는 관객들의 우렁찬 떼창·응원과 함께 완성했다.
돌출 무대로 나온 아이유는 "이렇게 가까이 올 줄 모르지 않았느냐. 너무 거리가 멀어서 한 번은 여러분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리허설 전까지는 이렇게까지 가까운 줄 몰랐는데 좋다. 날라 오는데 관객분들의 눈빛이 반짝이는 게 사랑스럽고 예뻤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관객이 될게'를 부르기에 앞서서는 "저의 관객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애정 담긴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너의 의미', '밤편지'는 시원한 바람이 살갗에 닿는 초가을 날씨에 딱 어울렸다. 신곡 '바이 썸머(Bye Summer)'는 기타를 연주하며 불렀다.
아이유는 "이번 투어를 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긴 여름을 보낸 것 같다. 서울과 그다음 도시였던 요코하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더운 도시라 쭉 여름이었다. 역대급으로 긴 여름을 보냈다. 사실 난 여름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인데 이번 여름이 너무 좋았다. 상암에서 공연할 때 딱 맞춰서 여름이 떠나가 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어제부터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제 가을이 시작되는 것 같은데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여름을 보내는 곡"이라고 '바이 썸머'를 설명했다.
아낌없이 쏟아붓는 연출은 공연 말미 더 빛을 발했다. '라스트 판타지(Last Fantasy)' 무대에서는 하늘 위에서 드론 쇼가 펼쳐져 황홀한 분위기를 배가했다. '쇼퍼(Shopper)'와 '너랑 나'를 부를 땐 폭죽과 콘페티가 연쇄적으로 터져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배려가 가득 담긴 객석부터 쉼 없이 이어지는 명곡과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볼거리, 선선하게 부는 바람, 그 바람에 날리는 아이유의 머리카락까지 콘서트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 모두 담긴 공간이었다.
정규 셋리스트의 마지막 곡인 '러브 윈스 올(Love wins all)'의 메시지는 이 모든 완벽함에 마침표를 찍었다.
공연을 마치며 아이유는 "오늘이 제 가수 인생에서 단독 콘서트 100회째 되는 날이다. 너무 거짓말 같지 않냐. 그런데 거짓말이 아니다. 상암에서 이렇게 많은 분을 모시고 대대적으로 큰 공연을 하는 날이 어떻게 100번째인가 싶었는데 진짜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몇백 번을 더해야 가수 인생이 끝날지 모르겠지만 힘닿는 데까지 하겠다"면서 "백일잔치 같은 100번째 공연에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여러분 덕분에 월드투어도 해보고 호강했다. 정말 감사하다. 또 좋은 음악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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