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2일 13: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최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최근 회동을 갖고 신재생에너지 사업 협업 의지를 재확인했다. MBK파트너스·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작업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LG화학, 한국타이어 등이 최 회장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등 MBK파트너스·영풍과 맞설 채비에 나섰다. 고려아연 지분을 10% 넘게 보유한 이들 대기업이 지지 선언에 나서면서 경영 분쟁을 겪는 최 회장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22일 재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김 부회장과 지난 추석 연휴에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번 만남 과정에서 사업 동맹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그룹은 2022년 유상증자 등에 참여해 고려아연 지분 7.76%를 확보한 바 있다. 한화그룹과 고려아연은 이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수소·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협의했다. 두 회사의 사업동맹·지분투자는 최 회장과 김 부회장의 긴밀한 교감을 바탕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과 김 부회장에 회동에 따라 한화그룹은 MBK파트너스·영풍 공개매수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와 고려아연의 사업 협력은 장기적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이번 공개매수로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면 사업 협력의 성공 가능성과 지속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 이어 다른 대기업들도 최 회장 편에 서고 있다.
작년 말 MBK의 공격을 받았던 한국타이어그룹도 같은 입장이다. 한국타이어는 고려아연 지분 0.75%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최 회장 우호주주"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회장과 밀접한 관계로 잘 알려져있다.
LG그룹도 직간접적으로 최 회장을 지원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고려아연 지분 1.89%를 확보한 LG화학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경우 고려아연과의 미래사업 협력에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국내 배터리 산업의 성장·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과 LG화학은 2022년에 지분 맞교환과 함께 이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충족을 위한 원재료 발굴 등 포괄적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고려아연과 LG화학은 2022년 전구체 생산을 위해 합작사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KPC)를 세운 바 있다. 전구체는 2차전지 소재인 양극재의 원료다.
MBK파트너스는 한화 LG화학 등이 최 회장 우호주주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대기업이 나란히 최 회장을 직접적·우회적으로 지지하면서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서 최 회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들 우호주주 지분을 다 합쳐도 여전히 MBK파트너스·영풍의 지분 싸움에서는 밀리는 형국이다. 최 회장이 승기를 잡으려면 추가로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하지만 대기업들이 이 같은 분쟁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엔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 측의 대항 공개매수에 자금을 대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적지 않은 자금이 소요되는만큼 자칫 각 회사 주주들의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지분 33.1%를 보유한 MBK파트너스·영풍은 공개매수를 진행해 지분을 최대 14.6%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 경영권도 공개매수로 확보한다는 목표다. 최 회장 측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영풍정밀을 인수해 고려아연 지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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