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은 30년 전인 1995년, 미국 애브비(당시 앨러간)의 보툴리눔 톡신 ‘보톡스’를 국내에 처음 도입해 유통한 회사다. 당시 성형수술 외 미용시술에 대한 인지도는 전무(全無)에 가까웠던 만큼, 대웅제약은 국내 최초로 미용시술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애브비가 보톡스를 직접 유통하기 시작하면서 두 회사의 인연은 마무리됐다. 이후 대웅제약은 자체 보툴리눔 톡신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오랜 연구 끝에 2014년 자체 개발한 톡신 제품 ‘나보타’를 국내에 출시했다. 대웅제약은 아시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승인받은 회사기도 하다. 나보타는 현재 ‘주보’라는 이름으로 미국 현지에서 판매 중이다.
주보는 2019년 2월 아시아 FDA 허가를 받고 같은 해 5월 미국에 출시됐다. 출시 5년만인 올해 상반기 기준 주보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6% 성장한 1억2600만달러(약 1680억원)를 기록했다. 미용 보툴리눔 톡신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레반스의 ‘닥시파이’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의 매출 격차를 벌리고 있다”며 “미국에서 주보만의 독보적인 브랜드 입지를 다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애브비 보톡스의 매출 성장률은 1.3%, 입센의 ‘디스포트’는 8.3%에 그쳤다. 특히 지난 2분기에는 주보의 미국 미용 매출이 디스포트 매출을 넘어서기도 했다.
주보의 품질은 대웅제약의 특허 기술인 ‘하이-퓨어 테크놀러지(HI-PURE Technology)’에서 비롯된다. 해당 기술은 원액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톡신 중 가장 안정적인 ‘900kDa’ 복합체만을 분리 및 정제하는 기술로, 98% 이상의 고순도 복합체 톡신을 생산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 주보는 동결 과정 없이 감압 건조로 톡신 제제를 생산해 내성을 유발할 수 있는 불활성 톡신의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했다고 대웅제약 측은 설명했다.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에 따르면 주보의 뛰어난 품질은 현지 의사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한 의료진은 “주보는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환자들이 원하는 결과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어 신뢰도가 높다”고 전했다.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에볼루스에 따르면 주보 시술 예약 및 혜택을 제공하는 ‘에볼루스 리워즈(Evolus Rewards)’ 프로그램 가입 고객 수가 이달 기준 90만명을 넘었다. 특히 Z세대 고객 비율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대웅제약과 에볼루스의 인연은 올해로 11년째 이어지고 있다. 두 회사는 2013년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후 미국을 비롯해 유럽, 캐나다, 호주 등에서 임상부터 허가, 판매까지 긴밀히 협력 중이다. 주보의 미국 시장 안착을 발판으로, 북미 유럽 등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고 2028년에는 매출 7억 달러(약 9340억 원)를 넘기는 것이 목표다. 대웅제약은 현재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68개국에서 허가를 획득했고, 80여 개국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주보를 포함한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은 올 상반기 기준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품 중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후발 주자인 주보가 출시 5년 만에 미국 톡신 시장에서 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며 “30년 전 톡신 제품을 한국에 처음 들여왔던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 재편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라 업계서 주목 중”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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