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까지 폭주하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달 들어 소폭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이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달의 절반 이하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초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전방위적 가계대출 억제 조치가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가을 이사철 등이 맞물리며 다음달 가계대출 수요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재 증가 속도대로라면 이달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은 약 4조46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9월 영업일당 가계대출(2475억원)을 바탕으로 산출한 수치다.
가계 빚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증가 폭은 확연히 둔화한 흐름이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한달새 9조6259억원 급증했다. 201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였다. 이달 증가액이 4조5000억원 안팎에 머문다면 8월의 절반 이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영업일당 가계대출 증가액을 살펴보면 9월(2475억원)이 8월(4584억원)의 54.0%에 불과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지난 19일 기준 571조3167억원으로,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2조6551억원 불어났다. 남은 열흘 동안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한 달 증가액은 약 4조34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8월 전체 증가액(8조9115억원)의 48.7%에 불과하다. 신용대출은 이달 들어 3038억원 증가한 103조76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은행권 DSR 단계별 대출금액 변동 내역’에 따르면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 후 은행별 한도는 작게는 4500만원, 많게는 9300만원가량 축소됐다. 40년 만기 주담대를 기준으로 △농협은행(-9300만원) △신한은행(-6950만원) △국민은행(-6504만원) △우리은행(-6480만원) △하나은행(-5700만원) 순으로 한도가 줄었다. 다른 대출이 없는 수도권 거주 연봉 1억원인 금융소비자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기준 6개월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이밖에 주요 은행들이 이달 들어 유주택자 주담대를 제한하거나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한 것도 가계 빚 증가세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으로 한국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진 점도 변수다. 은행들이 대출 수요를 잡기 위해 잇달아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지만, 시장 금리가 내려가면서 대출 금리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4대 은행의 주기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20일 기준 연 3.850∼5.633%로, 지난달 말(연 3.850∼5.736%) 대비 금리 상단이 0.103%포인트 내렸다. 같은 기간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하단이 0.09%포인트, 상단이 0.07%포인트 하락했다. 변동형과 혼합형 주담대의 지표금리인 신규 코픽스, 은행채 5년물 금리가 모두 하락했기 때문이다.
대출 수요가 보험사·상호금융권 등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지난달 2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000억원 증가했는데, 2금융권 가계대출이 전달보다 늘어난 것은 2022년 10월(2000억원) 이후 1년10개월 만이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 추이에 따라 추가 규제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DSR 적용 범위를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개인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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