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10년여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법 개정 취지대로 더 많은 근로자가 60세까지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노후를 준비했을까. 주지하는 대로 그렇지 못하다. 법이 강제하는 대로 정년을 채운 근로자들은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입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퇴직과 동시에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며 삭감된 임금을 내놓으라는 소송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2013년 전후는 700만 명이 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몰렸던 시기다. 2012년은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가 함께 치러진 해다. 여야 할 것 없이 베이비붐 세대의 환심을 사야 하는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놓칠 수 없는 공약이었고, 결국 새 정부 출범 두 달여 만에 뚝딱 처리했다. 졸속 입법도 모자라 정년연장은 강제하면서 그에 필수적인 임금체계 개편은 그저 권고사항으로 둔 부실 입법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정년연장 화두가 급부상했다. 정부가 이달 초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며 현재 59세인 국민연금 의무가입 기간을 64세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면서다. 일은 60세까지밖에 못하는데 연금은 65세부터 받게 되니 소득 공백을 메우려면 더 오래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이는 없다.
뒷일은 나 몰라라 식의 ‘나쁜 정치’의 선례는 ‘최저임금 1만원’ ‘정년 60세’ ‘주 52시간 근로’만으로도 족하다. ‘저녁 있는 삶’을 선사한답시고 정작 최저임금 근로자의 저녁 먹을 돈을 빼앗고, 정년 60세 연장과 주 52시간 근로의 혜택은 강력한 노조 우산 아래 있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 등 노동시장 상위 10%만이 누렸다. 그렇게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더욱 고착화하고 심화됐다. 정년연장이든 계속고용이든 치열한 논쟁과 양보의 결과여야지, 선거판의 경품이 돼서는 안 된다.
백승현 경제부 부장·좋은일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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