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노인 등 사회취약계층의 명의를 빌려 국·공립학교 매점·자판기 수익권을 낙찰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대전시청 공무원인 A씨는 2016년 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대전권 국·공립학교 학교의 매점·자판기 등 입찰에 우선 낙찰 자격이 있는 장애인·노인·한부모가족 등 8명의 명의를 빌려 계약을 체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들의 명의를 빌려 6년 동안 46회 입찰하고 대전내 학교·공공기관 등 20곳의 매점·자판기를 낙찰 받았다. A씨가 범행 기간 동안 운영한 매점·자판기의 매출 규모는 70억원, 순이익은 7100만원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낙찰에 따른 수고비를 주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매점에서 근무하게 하고 급여를 주는 대가로 이들로부터 입찰에 필요한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공인인증서 등을 제공받았다.
1심은 업무방해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기간이 길고 횟수가 많다. 얻은 이익도 적지 않다"면서도 "범행으로 얻은 이익의 일부를 급여의 형태로 생업 지원 대상자에게 전달된 점, 이로 인해 관련자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2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4억5800만여원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무원으로서 부담하는 겸직금지의무를 위반하고 범행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수사가 진행 중인 와중에도 매점 등의 운영을 계속하고 신규 입찰에 참가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며 "죄책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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