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10년을 넘은 LTE 요금제가 최신 통신 서비스인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보다 비싸진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국정 과제로 통신비 인하를 추진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이 이용자가 많은 5G 요금제를 집중적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여전히 LTE 이용자가 1300만 명을 넘는 만큼 합리적 요금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싸고 데이터 적게 주는 LTE 요금제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TE 일부 요금제가 5G 요금제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SK텔레콤의 LTE 요금제인 ‘T플랜 안심 4G’ 요금제는 월 5만원에 기본 데이터 4기가바이트(GB)를 제공한다. 데이터를 모두 소진하면 1Mbps(초당 메가비트) 속도로 계속 쓸 수 있다. 5G 요금제인 ‘컴팩트’는 3만9000원에 기본 데이터 6GB를 준다. 데이터 소진 후 제한속도(QoS)가 400Kbps로 LTE 요금제보다 낮지만, 가격은 1만1000원 싸고 기본 데이터 용량도 50% 많다.
KT의 LTE 대상 ‘톡 플러스’ 요금제는 월 4만9000원에 5GB를 쓸 수 있다. 반면 ‘5G 슬림 4G’는 1만2000원 싼 3만7000원에 4GB를 준다. LG유플러스도 LTE 4만9000원 요금제는 3.5GB를 주는 반면 5G 요금제는 3만7000원에 5GB를 제공 중이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도 5G 요금제를 쓸 경우 더 싼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5G 요금제의 경우 8만9000원부터 제공하지만, LTE는 10만원부터다. KT는 5G 8만원, LTE 8만9000원이었다. LG유플러스는 LTE와 5G 모두 8만5000원부터 시작했다. 다만 무제한 요금제의 경우 LTE 요금제는 더 많은 부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의 LTE 무제한 요금제인 T플랜 맥스(월 10만원)는 테더링·공유 데이터로 80GB를 쓸 수 있고 플로, 웨이브 등 콘텐츠 서비스 무료 혜택이 있다. 반면 5GX 프라임(월 8만9000원)은 테더링·공유 데이터로 60GB를 준다. 플로, 웨이브 이용료도 전액이 아니라 70%를 깎아주는 식이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 서비스 품질을 평가한 결과 LTE의 3사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78.93Mbps, 5G는 939.14Mbps로 5G가 다섯 배가량 빨랐다.
◆5G는 촘촘…LTE는 4GB 다음 100GB
2019년 처음 출시된 5G 요금제가 2011년 시작된 LTE 요금제보다 싼 이유는 정부의 압박 탓이 크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가계통신비 인하를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면서 요금제가 중저가 중심으로 개편됐고 데이터 제공량도 세분됐다. 이 같은 요금제 변화는 주로 이용자가 많은 5G 서비스에 집중됐다. 상대적으로 LTE 요금제는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가격이 역전됐다는 얘기다.중간 요금제가 대표적이다. 5G 요금제는 3만원대 최하 요금제부터 데이터 제공량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가 생겨났다. SK텔레콤의 요금제를 보면 6GB를 주는 컴팩트(월 3만9000원)를 시작으로 컴팩트 플러스(8GB, 4만5000원), 베이직(11GB, 4만9000원), 베이직플러스(24GB, 5만9000원), 베이직플러스 13GB업(37GB, 6만2000원), 베이직플러스 30GB업(54GB, 6만4000원), 베이직플러스 50GB업(74GB, 6만6000원), 베이직플러스 75GB업(99GB, 6만8000원), 5GX 레귤러(110GB, 6만9000원) 등 여러 요금제가 있다.
반면 LTE 요금제는 월 요금 5만원에 4GB를 주는 T플랜 안심 4G 다음이 월 6만9000원에 100GB를 주는 T플랜 에센스다. KT와 LG유플러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년 10월부터는 단말기 종류와 상관없이 LTE, 5G 요금제를 자유롭게 골라 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요금 체계를 잘 몰라 더 많은 요금을 내고도 더 적은 데이터를 쓰는 사용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통신 3사의 LTE 서비스 가입자는 1340만 명, 5G는 3373만 명 수준이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현재 LTE 고객도 5G 요금제를 쓸 수 있는 등 선호에 맞게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며 “이용자와 산업적 측면에서도 LTE보다 속도가 빠르고 요금도 저렴한 5G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통신 시장이 성숙기에 이른 만큼 통신 요금제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통신사 상당수는 LTE, 5G와 상관없이 데이터 용량과 부가 서비스만으로 가격 차등을 두고 있다”며 “단말기에서 지원하는 통신 종류와 상관없이 요금제를 택할 수 있게 바뀐 상황에서 요금제도 여기에 발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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