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 깨진 휴대폰도 그냥 써요. 노트북은 2~3년 지난 모델을 중고로 구입했죠."
최근 미국 젠지세대(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인구)를 중심으로 '저소비' 트렌드가 번지고 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청년층이 소비를 최소화하는 생활 패턴을 멋있는 것으로 여기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랑하는 것이 골자다.
'저소비 코어'(Underconsumption Core)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저소비 코어란 '소비를 줄인다'(Underconsumption)는 단어에 고프코어, 놈코어 등 패션 트렌드에 붙는 단어인 '코어'(Core)를 결합한 것이다.
실제로 틱톡 등 SNS에선 '저소비 코어' 관련 게시물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검소함과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일상을 찍어 올렸다.
△화장 단계 줄이기, △화장품 끝까지 쓰기, △중고 의류 입기, △계절별로 신발은 한 켤레만 신기, △전자제품 사용주기 늘리기, △망가진 소품도 가급적 사용하기, △네일아트 하지 않기 등이 저소비 코어의 대표적 예시다.
일부는 해진 옷, 밑창이 닳은 신발, 깨진 섀도우 등을 그대로 사용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는데,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궁상 맞다'는 비판 대신 "멋있다", "힙하다", "틱톡에 이런 영상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이러한 유행에 대해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뉴욕포스트 등 외신도 '저소비 코어'를 소개하면서 "인플루언서들의 명품 하울 등 '과소비'에 지친 청년들이 수준에 맞는 '정상적인 소비'를 추구하고 있다"며 "부분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의 산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저소비 코어'가 기존 절약 정신과 다른 점은 소비를 줄이는 것을 사진이나 영상 등 콘텐츠로 제작해 널리 알린다는 점이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관련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6000여개 이상이다.
유명 틱톡커 앨리스 채가 '저소비 코어'를 주제로 영상을 올리며 고등학생 때부터 10년간 신은 신발 등을 소개한 영상은 140만회의 조회수를 돌파하기도 했다.
17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선택과 집중의 소비 트렌드 요노' 보고서에 따르면 요노는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한의 만족감을 추구하는 2030세대의 새로운 소비방식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뿐만 아니라 가실비(가격 대비 실사용 비율·실용성)까지 고려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30세대의 일평균 택시 이용 건수는 21% 줄어 다른 연령대의 평균 감소치인 3%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상반기 뷔페 소비 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4% 줄고 양식 업종 외식은 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에서는 각각 9%, 4%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2030세대의 수입 신차 등록 비중 또한 17.8%를 기록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20%를 밑돌았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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