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K "반도체에 전자지문 넣어 해킹 차단"

입력 2024-09-23 17:11   수정 2024-09-23 17:12


지난 20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아이씨티케이(ICTK) 본사 건물 지하에 들어서니 5㎜ 두께 철판으로 둘러싸인 클린룸이 나왔다. 먼지 한 톨도 허용되지 않는 이곳에서는 보안 칩마다 고유 아이디를 부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ICTK가 보안 칩을 설계하면 이를 삼성파운드리와 SK키파운드리, 대만 UMC에서 생산한다. 웨이퍼가 나오면 이 클린룸에서 다시 후공정 작업을 한다. 이정원 ICTK 대표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 후공정 라인까지 갖춘 유일한 팹리스”라고 말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ICTK는 보안 칩 전문 팹리스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보안 칩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는 회사는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시장 규모는 약 10조원인데 클린룸과 보안 설비 등 까다로운 국제 인증을 통과해야 하는 등 허들이 높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ICTK만이 보안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로 꼽힌다. 이 대표는 “‘골리앗’ 같은 글로벌 대형사들과 맞서는 ‘다윗’이 우리 회사”라고 했다.

ICTK는 보안 칩 중에서도 독자적인 ‘비아퍼프(VIA PUF)’ 기술로 차별화하고 있다. ICTK를 포함해 세계에서 3개 회사만 퍼프(물리적 복제 방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퍼프는 ‘꿈의 기술’로 통해 숱한 반도체기업이 도전했다. 실험 단계에서는 성공했지만 양산은 대부분 실패했다. 온도, 습도에 따라 변하는 특성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아이디값이 달라졌다. ICTK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비아 홀(VIA hole·부품 삽입 없이 다른 층 간 접속이 가능한 구멍)의 크기를 조절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편차를 이용해 다른 값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 대표는 “기존에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하던 보안은 장벽을 높여도 계속 해킹됐다”며 “사람으로 비유하면 퍼프 기술로 나온 아이디가 지문이나 홍채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ICTK의 칩은 한국전력과 LG유플러스 등에서 사용 중이다. 스마트미터기, 무선공유기 등 해킹 방지가 필요한 장비에 들어간다.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 중 한 곳도 주요 고객사다. 글로벌 시장에선 설계자산(IP) 분야로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이 대표는 “머신러닝 칩이나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중앙처리장치(CPU)와 같은 큰 칩에 우리 기술이 하나의 IP로 들어갈 수 있다”며 “그러면 직접 칩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수익이 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현재 누적 투자 유치액은 725억원, 시가총액은 1100억원대에 달할 정도로 기술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과 출신인 이 대표는 2013년 회사에 합류했다. 그는 “토종 기술을 수출하고 싶었다”며 “반도체와 보안의 결합은 희소성 있는 영역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부대표로 시작해 2018년 대표에 올랐고, 현재 최대주주로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린 만큼 데이터의 무결성과 인증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제로트러스트’(신뢰하지 않고 항상 확인) 시대를 주도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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