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방송 니혼TV는 지난 20∼21일 자민당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시바가 지지율 31%로 1위에 올랐다고 23일 밝혔다. 다카이치(28%)는 2위, 고이즈미(14%)는 3위에 그쳤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사회조사연구센터가 21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이시바는 26%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다카이치는 17%로 2위였고 고이즈미는 14%로 3위에 머물렀다. 민영 방송사 네트워크ANN이 21∼22일 시행한 조사에서는 이시바(31%), 고이즈미(20%), 다카이치(15%) 순이었다.
‘정책통’ 이시바가 후보 간 토론회에서 안정적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경험이 부족한 고이즈미는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일본 정계는 보고 있다. 이 틈을 노린 다카이치는 ‘강한 일본’을 외치며 보수층 지지를 흡수하고 있다.
오는 27일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는 의원 367표와 당원·당우 367표를 합산해 결과를 낸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2위 후보 간 결선 투표가 바로 이뤄진다. 결선에서는 의원 367표와 47개 광역자치단체 47표를 합쳐 당선자를 확정한다.
일본 정계는 이시바와 고이즈미, 다카이치 중 두 명이 결선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결선에선 의원 지지가 중요하다. 현재까진 고이즈미가 50명대 의원에게 지지를 얻고 있다. 이시바와 다카이치는 각각 30명대다. 니혼TV는 “의원과 당원·당우 중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 만큼 정세는 유동적”이라고 설명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도 새 대표를 뽑았다. 입민당은 이날 노다 요시히코 전 일본 총리(67)를 새 대표로 선출했다. 그는 결선 투표에서 232포인트를 얻어 에다노 유키오 전 대표(180포인트)를 제치고 승리했다.
노다 신임 대표는 입민당 정권 시절인 2011년 9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총리를 지냈다. 입민당은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패하며 자민당에 정권을 넘겨줬다. 그는 지난달 대표 선거 입후보 기자회견에서 “다시 총리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가 끝나면 누가 되더라도 조기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일본 총리의 ‘중의원 해산권’은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전가의 보도다. 노다 대표는 이날 “정권을 잡겠다. 싸움은 오늘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노다 대표가 정권 교체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로 홍역을 치렀는데도 입민당 등 야당 지지율은 매우 낮다. 이달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자민당이 31%로 가장 높았고 이어 입민당(5%), 일본유신회(3%), 공명당·공산당(각 2%) 순이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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