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과 안나 슈워츠의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1963년 <미국 화폐사>에서 “통화량 긴축이 대공황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실패가 평범하게 끝났을 수도 있었던 경기 침체를 전례 없는 파국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대공황 연구의 권위자인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이들의 분석을 차용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헬리콥터 벤’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돈을 풀었고 ‘제2의 대공황’을 막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로 위기에 대처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하지만 ‘버냉키식 통화정책’은 40여 년 만에 인플레이션이 닥치면서 도마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세계 경제가 1920년대 대공황 때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경고해 이목을 끌고 있다. 지금을 ‘대공황 때와 닮았다’고 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세계 무역의 퇴조와 경제 민족주의의 부상. 둘째는 기술 혁신과 증시 버블론이다. 1920년대엔 내연기관, 컨베이어벨트식 조립라인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 증시에 거품이 끼었다면 지금은 인공지능(AI) 열풍과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강화가 증시 버블 우려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100년 전과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중앙은행의 위기 대응 능력이 크게 높아졌다. 라가르드의 위기론엔 유럽 경제가 0%대 제자리 성장 늪에 빠진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빅테크 활황에 힘입어 고성장을 거듭해온 데 따른 경계감과 질시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경위야 어떻든 세계 경제가 점차 아슬아슬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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