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전남 영광·곡성군수 등을 뽑는 ‘10·16 기초단체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양당은 지난 총선 때 합심해 거대 야권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불과 5개월여 만에 호남의 군수 자리를 놓고 아슬아슬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간 대리전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은 23일 영광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회의를 끝낸 뒤 당 지도부는 영광터미널시장 등을 돌며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와 조상래 곡성군수 후보 지원 유세를 했다. 쌀값 안정화를 위한 정책 간담회도 열며 지역 민심 몰이를 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조국혁신당 측 후보를 공개 저격했다. 그는 “일부 후보가 ‘경쟁 자체가 싫다. 내가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작다’며 경쟁 체제를 벗어나기도 했다”며 “이런 식이면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영광군수 후보 경선에서 중도 사퇴해 조국혁신당으로 당적을 바꿔 출마한 장현 영광군수 후보를 비난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좋은 법안과 조례를 만들 능력이 없거나 예산 확보 능력이 없다면 지역을 바꾸고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좋은 정치와 행정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12개 의석의 비교섭단체인 조국혁신당이 다른 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을 자력으로 통과시킬 수 없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앞서 김민석 최고위원은 조국혁신당을 향해 “국가적 중대 시기에 국민적 관심사의 국회 의결에 빠지는 소탐대실은 엄히 비판받아야 한다”며 “무엇이 중한지를 가리는 감각도, 왜 비판받는지를 성찰하는 염치조차 잃었다면 이미 고인 물을 넘어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고 비난했다. 조국혁신당 지도부가 지난 19일 재·보궐선거 지원 일정을 이유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순직 해병대원 특검법 처리에 불참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이 같은 민주당의 공세를 정면으로 맞받았다. 조 대표는 김 최고위원의 ‘상하기 시작한 물’ 주장을 언급하며 “과하다. 오히려 경쟁해야 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보협 대변인은 “조국혁신당을 향해 ‘우리 땅에 왜 얼쩡거리느냐’는 식의 말씀은 삼가 달라”고 했다. 김선민 최고위원도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을 위한 ‘5분 대기조’가 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양당의 신경전이 향후 야권의 구심점을 놓고 이 대표와 조 대표가 벌일 예고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선거(2026년)와 대선(2027년) 등 향후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민주당 텃밭에서 양당이 처음 맞붙는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가 야권 지지층에 미칠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 “소규모 선거라 하더라도 새로운 지도부를 맡아서 치르는 첫 선거인 만큼 의미가 작지 않다”며 “결과가 이상하게 나오면 당 지도체제 전체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이 지난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민주당의 비례정당을 제치고 1위를 한 만큼, 만에 하나 민주당이 패배하면 호남 주도권을 조국혁신당에 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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