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데 대해 친윤(親윤석열)계가 반발하자 "여당 대표가 대통령 독대 요청을 한 게 보도되면 안 되는 사실인가. 그렇지 않지 않냐"고 24일 반문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자꾸 (독대 요청을 언론에) 흘렸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아니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흠집 내기나 모욕주기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독대가 성사됐다면 비공개로 논의할 사안에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가 포함됐겠는가'라는 물음에는 "여러 (논의) 사안이 있는데, 그것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독대 대신 추경호 원내대표를 포함한 '3인 차담회'를 제안했다'는 내용의 보도에 대해선 "글쎄요. 그걸 누가 말한 걸까요"라고 했다.
앞서 한 대표는 이날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 전 윤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청 사실은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기간 언론을 통해 먼저 보도됐는데, 친윤계는 윤 대통령의 요청 수용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한 대표 측이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린 것으로 의심했다.
친윤계 중진인 권영세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체코 원전 수주 관련 여러 성과도 있는데, 어디로 다 없어져 버리고 여당 대표와의 대통령 간 견해 차이, 갈등 부분만 부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런 부분에서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독대 이야기를 시키게 한 것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 대표를 겨냥해 "여당 대표가 대통령과 언제 어디서든 비공개로 수시로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꼭 필요하고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통상적으로 그렇게 해왔다"며 "당 대표가 대통령과의 독대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사전 유출돼 주요 뉴스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이 잘 되질 않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한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지도부 간 만찬은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7월 24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자리에서는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 성과부터 의료 개혁 추진 상황, 특검법까지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폭넓은 이야기가 오갈 전망이다. 다만 다수가 참석한 상견례 자리인 만큼, 깊이 있는 논의는 어려울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독대해야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으므로 이번 만찬에 앞서 독대를 요청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에서 난색을 표하면서 이는 사실상 불발됐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전날 서범수 사무총장을 만나 독대가 이번엔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이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재차 독대를 요청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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