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 노트] 밸류업 모범생 된 발렌베리

입력 2024-10-02 11:06   수정 2024-10-02 12:04

[에디터스 노트]

밸류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금융당국이 대기업 참여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삼성그룹 상장사만 해도 시가총액이 600조 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상장사 시총의 4분의 1이 넘습니다. 주요 그룹의 동참 없이는 밸류업 성공이 어렵다는 뜻입니다. 밸류업에서 대기업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따져보니 국내 10대 그룹 중 HD현대, 삼성, LG 3곳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그룹 상장사들의 밸류업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관건은 밸류업과 기업 오너십의 관계를 어떻게 푸느냐입니다. 이 대목에서 ‘스웨덴의 삼성’으로 불리며 우리 대기업의 미래 모델로 자주 언급되는 발렌베리를 다시 주목하게 됩니다. 우리에게는 공익재단을 통해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존경받는 기업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발렌베리는 ‘밸류업 모범생’이기도 합니다. 발렌베리의 지주회사 인베스터는 지난 10년간 주가가 560%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배당은 매년 평균 9%씩 증가했습니다. 인베스터는 스웨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식입니다. 인베스터 주식 보유자 수는 최근 4년새 2배 이상 증가해 60만명에 달합니다. 인베스터는 스톡홀름 증권거래소에 상장 된 스웨덴 기업 중 시가총액 1위이기도 합니다. 인베스터의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 주식을 보유한 발렌베리와 스웨덴 국민이 모두 행복합니다.

발렌베리는 150년 넘게 정교하게 발전시킨 오너십 모델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경우입니다.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액티브 오너십’입니다. 펀드 자본주의 확산으로 발렌베리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습니다. 금융 시장에서 펀드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이들은 언제든 발을 뺄 수 있는 투자자일 뿐 기업 경영에 책임을 떠맡는 걸 꺼립니다. 동시에 이들은 투자 기업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발렌베리 같은 ‘오너십 전문가’를 찾습니다.

발렌베리처럼 국내 대기업이 밸류업의 주역이 되려면 오너, 즉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의 이해가 일치해야 합니다. 상속세를 걱정해야 하는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기업 가치 제고나 주가 상승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발렌베리는 공익재단과 차등의결권으로 상속과 승계 고민에서 벗어나 경영에만 전념합니다. 국내 대기업에도 이를 허용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현재로선 부정적입니다. 또 신뢰가 우선인지, 길을 열어주는 게 먼저인지도 결론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밸류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밸류업은 단순한 주가 부양이 아니라 장기 투자가 가능한 금융 시장을 만들자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래야만 기업들이 혁신 창출에 필요한 장기 자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빨라져 더 이상 제한된 자본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이번 호에는 한경머니가 조사한 ‘베스트 오너십’ 평가 결과를 커버스토리로 싣습니다. 2013년 첫 조사를 시작해 11번째입니다. 특히 올해는 밸류업 성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평가 항목의 가중치를 조정했습니다. 오너십이 기업 주가를 좌우하고 기업 운명을 바꾼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장승규 한경 머니 편집장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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