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하다거나 특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자신의 선임 과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홍 감독은 24일 국회에서 진행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나서 “감독 선임 등 모든 축구적인 면에서 국민들 공분을 일으켜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저를 1순위로 올려놔서 감독직을 받았다. 2, 3순위였다면 안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문체위 위원들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선임의 전권을 위임받은 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11차 회의의 절차적 정당성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감독 선임 작업을 이끌던 정해성 당시 전력강화위원장은 홍명보와 다비드 바그너(독일), 거스 포예트(우루과이) 감독 세 명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추천하면서 그중 홍 감독을 적임자로 지목했다. 이후 정 위원장은 돌연 사임했고, 정 회장의 뜻에 따라 이 기술이사가 감독 선임 과정을 마무리 지었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은 증인으로 참석한 정 회장을 향해 “회장이 무슨 자격으로 전권 위임을 하나?”라며 “김정배 축구협회 상근 부회장도 (11차 회의는) 자격이 없는 불법 회의였다고 얘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1차 회의도 불법이고, 이임생 이사가 위임받은 부분도 불법”이라며 “불법의 토대 위에서 서류 제출도 안 하고 사전 면접도 안 한 홍 감독이 선임된 게 불법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이 기술이사에게 전력강화위원회 업무를 병행토록 한 것은 축구협회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면서 “(축구협회가) 동네 계모임이나 동아리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감독 선임 건에 대해 협상 과정의 모든 것을 다 밝히고 그때그때 상세히 설명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가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기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며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지난 7월 8일 최종 후보였던 바그너 감독, 거스 포예트 감독을 제치고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낙점됐다. 그러나 나머지 두 후보자와 달리 면접과 발표를 진행하지 않고 홍 감독을 선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선임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팬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홍 감독은 회의가 잠시 멈추자 취재진과 만나 “국민들께서 궁금해하시는 부분을 내가 아는 선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후임으로 자신이 선임된 과정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이 이사가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인 7월 5일 오후 11시에 이뤄진 면담 도중 ‘면접'과 같은 절차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이사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제 생각을 이야기했다”며 “그 안에는 한국 축구 기술 철학도 있었고, 내 축구 철학과 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 방안, 나의 몇 가지 기술적인 포메이션, 축구 스타일 등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가 대표팀을 놓고 제게 부탁을 했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며 “저한테 제안을 했고 제가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증인으로 함께 출석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관련 대한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다음 달 2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감독 선임 절차 문제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잘못된 점은 분명히 지적할 것”이라며 “감독의 거취 결정은 축구협회에서 그 이후에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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