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Z세대 사이에서 ‘듀프’ 소비문화가 떠오르고 있다. 듀프는 브랜드 복제품을 뜻한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자 젊은층이 갈수록 저렴한 대안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듀프(Dupe)는 복제품(Duplication)을 줄여 쓴 단어로, 브랜드의 디자인을 따라 만든 제품을 일컫는다. 중국에서는 주로 핑티'(平替)라는 용어로 활용되고 있다. 품질은 비슷하지만 저렴한 대체품 개념으로, 로고까지 베껴 명품으로 착각하게 하는 모조품과는 차이가 있다.
24일(현지 시각) CNN 방송은 중국 Z세대가 명품 브랜드에서 멀어지고 듀프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저우 광고 대행사에 근무하는 정지원(23) 씨는 회사 사업 축소에 따라 급여도 꾸준히 줄어들었다. 2년 전 일을 시작했을 때 월 급여는 3만 위안(약 570만 원)에 달했지만, 올해 2월에는 절반으로 감소했다.
그녀는 줄어든 급여에 따라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전에 즐겨 구매하던 루이비통, 샤넬, 프라다와 같은 브랜드를 더 이상 소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그녀는 친구들과 ‘핑티’ 제품을 즐겨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CNN에 설명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소비자신뢰지수가 사상 최저 수준에 가까워지면서 핑티 제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 상하이 소재 시장조사 민텔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소셜 미디어(SNS)에서 ‘듀프’ 검색 횟수는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로렐 구 민텔 이사는 “10년 전만 해도 중국인은 세계 최고의 명품 소비자였다”며 “당시 중국 소비자는 주로 유명 브랜드의 서양 제품을 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이 점점 더 저렴한 대안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러한 트렌드가 주류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해 온 아시아 명품 시장도 하락세를 타고 있다. 글로벌 명품 기업 LVMH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지난해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미국에서도 듀프 열풍이 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룰루레몬의 듀프가 젊은층에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부 위조품이 원제품보다 더 선호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룰루레몬은 프리미엄 애슬레저 시장을 선도해 온 브랜드로, 지난 14분기 연속 매출이 15% 이상 증가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룰루레몬은 미국 내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에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동종업계 브랜드에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WSJ은 가장 큰 배경으로 듀프 트렌드를 꼽았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미국 성인 2,200명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Z세대의 약 49%가 복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비중도 44% 달했다.
또 미국 시장조사업체 와이펄스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 응답자들은 복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MZ세대의 69%는 복제품이 큰돈 들이지 않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0%는 브랜드 제품을 살 여유가 있어도 복제품을 선택한다고 답했으며, 약 절반은 ‘복제품을 찾는 건 재밌는 일’(51%) 이라고 응답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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