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길 "부족한 운동신경 극복한 건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

입력 2024-09-24 18:28   수정 2024-09-25 11:11


“운동신경이 없던 제가 자신감을 가지려면 오로지 열심히 훈련할 수밖에 없었어요. 자신감은 ‘다짐’이 아니라 ‘준비’잖아요.”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구본길 선수(35)가 지난 23일 하남 미사경정공원 펜싱훈련장에서 어린이 기자 30명과 마주 섰다.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4인방 중 맏형인 그는 올림픽 이후 바쁜 일정에도 ‘주니어 생글생글’ 어린이 기자들과의 인터뷰에 기꺼이 응했다. 182㎝ 큰 키에 미남 국가대표 선수로 인기가 높은 그를 만나기 위해 어린이 기자의 참여 요청이 쇄도했다. 주니어 생글생글은 한국경제신문이 만드는 어린이 경제논술신문이다.

한국 남자 국가대표 펜싱팀은 지난 8월 헝가리를 누르고 우승하면서 아시아팀으로는 최초로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구 선수는 런던올림픽(2012년), 도쿄올림픽(2021년), 파리올림픽(2024년)까지 올림픽 금메달만 3개를 목에 걸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사브르)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세계 주요 대회에서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 중이다. 국가대표 생활만 무려 17년 차다.

구 선수는 중학교 시절 학교 펜싱부 감독의 눈에 띄어 펜싱을 시작할 때만 해도 펜싱이 어떤 스포츠인지 전혀 몰랐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 “운동신경이 없는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오랜 기간 정상의 기량을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그가 어린이들에게 강조한 건 마음가짐과 성실함이다. “훈련 시간보다 늘 30분이라도 먼저 도착해 신발 끈을 조이는 자세, 아무리 작은 대회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이 정말 중요해요.”

구 선수는 경기에 질 때마다 왜 졌는지 분석하는 일지를 쓰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방법도 함께 적는 습관이 있다고 소개했다. 경기를 앞두고 긴장되지 않느냐는 한 어린이 기자의 질문에는 “준비하지 않으면 긴장되지만, 충분히 준비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고 답했다. 펜싱은 체격이 좋거나 몸이 민첩하다고 무조건 이기는 스포츠가 아니라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처럼 상대방의 패턴을 빨리 파악하고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구 선수는 사브르 외 에페, 플뢰레 등 다른 펜싱 종목의 특징을 설명하고 시범 자세를 선보였다. 그때마다 어린이 기자들의 탄성과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그는 “칼을 쓰기에 위험해 보이지만 펜싱은 매우 안전하고 신사적인 스포츠”라며 “더 많은 어린이가 펜싱을 통해 체력과 정신력을 키우고 예의를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 선수가 소속된 국민체육진흥공단(KSPO)은 마라톤, 사이클, 카누, 펜싱 등 7개 종목으로 구성된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다. 중·고교를 찾아가 강연하는 등 다양한 재능기부 활동도 펼친다. 이날 구 선수는 “국가대표로서 받은 사랑을 나중에 좋은 지도자가 돼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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