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로 우도비첸코 "나는 우크라이나의 연주자지만 러시아 쇼스타코비치 가장 좋아"

입력 2024-09-24 18:17   수정 2024-09-25 00:22

“(퀸엘리자베스콩쿠르 우승으로) 조국 우크라이나에 잠깐이나마 기쁜 소식을 전해 좋았습니다. 전쟁 속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올해 6월 세계 3대 경연대회로 꼽히는 퀸엘리자베스국제콩쿠르에서 1위에 오른 우크라이나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25·사진). 러시아의 침공으로 상심한 자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세계 음악계의 이목을 끈 우도비첸코가 이달 한국 관객과 처음 접한다.

그는 지난 23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와 양인모 등 뛰어난 한국 음악가들을 알고 있다”며 “대중음악을 거의 모르는데 그래도 한국 그룹 BTS(방탄소년단)는 들어봤다”고 반가움을 표했다. 우도비첸코는 울진(24일) 경주(25일) 서귀포(29일)에서 준우승자 조슈아 브라운과 함께 ‘퀸엘리자베스콩쿠르 수상자 콘서트’를 하고 26일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서울 예술의전당)한다. 오는 11월에는 반전(反戰) 메시지를 담은 DMZ OPEN 국제음악제를 위해 다시 내한한다.

우도비첸코는 콩쿠르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이던 바딤 레핀의 악수를 거부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레핀은 부인인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와 함께 대표적인 친(親)푸틴 인사로 꼽힌다. 그는 “레핀은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는 축제의 위원장을 맡았고 러시아에서 수차례 상도 받았다”며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 아니라 (전쟁에 대한) 내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 인사와는 철저히 담을 쌓지만 단순히 국적이 러시아라는 이유만으로 배척하지는 않는다. 그는 “제 친구 몇몇과 스승도 러시아 사람이고 다른 심사위원 중에서도 러시아 사람이 있었다”며 “가장 중요한 건 러시아 정부를 지지하는지 여부”라고 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도 러시아 작곡가인 쇼스타코비치다. 퀸엘리자베스콩쿠르 결선 무대에서도 그는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협주곡을 연주했다.

“우크라이나가 소련의 일부이던 역사가 있기 때문일까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현실의 감정과 매우 가깝게 느껴집니다. 그의 음악이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우도비첸코는 비올리스트 부모 밑에서 어릴 때부터 음악을 접했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음악학교를 졸업하고 2016년 독일 에센폴크방대에서 공부했다. 2022년부터는 독일 크론베르크아카데미에서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를 사사하고 있다. 시벨리우스콩쿠르 3위(2022)에 오른 뒤 지난해 몬트리올콩쿠르와 올해 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서 연달아 우승했다.

“콩쿠르에 참가하면 아드레날린이 샘솟아요. 바이올린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이런 고강도 긴장 속에 살았습니다. 이제는 콩쿠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아름다움을 찾아가려고 해요. 그걸 찾아가는 과정은 제게 또 다른 모험이 될 것입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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