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기업의 역할은 더욱 크다. 우리 기업은 수출을 통해 국가 경제 성장과 국민소득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한국이 약 42% 수준으로 주요 7개국(G7) 평균(27%)보다 월등히 높다. 작년에는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86.1%에 달했다. 전체 투자의 85%, 일자리의 96%를 차지하는 민간 부문의 대부분을 책임지며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것도 기업이다. 세수 중 법인세수 비중은 1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1.7%)과 G7 평균(7.9%)보다 크게 높아 국가 재정 기여도 매우 크다.
기업은 국가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활동에 늘 앞장서 왔다. 대통령 해외 순방 같은 중요 일정이 있을 때 기업 대표들은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해 경제 외교 성과를 높이는 데 적극 동참하고 있다. 사회공헌도 마찬가지다. 월드컵, 올림픽, 엑스포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는 물론 태풍 같은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맡아 왔다.
이처럼 기업의 많은 역할과 기여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국민의 기업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일부 기업의 일탈 행위가 전체 기업의 잘못인 것처럼 매도되는 사례가 많다 보니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 혁신과 도전에 나서는 많은 기업인의 사기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엔 기업인 형사처벌 조항이 너무 많다. 한국을 떠나려는 기업이 속출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투자를 망설일 정도다.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법인세, 경영 영속성을 저해하는 상속세, 증시 밸류업을 가로막는 금융투자소득세의 경우 글로벌 스탠더드와 정책 필요성에 따른 개정 추진이 대기업 특혜, 부자 감세 같은 이념 논쟁에 휘말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각종 규제와 간섭으로 신사업 진출 기회를 놓치고, 매년 반복되는 국회의 과도한 출석 요구 등으로 기업인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처럼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그리고 박태준 같은 창업 1세대의 삶을 소개하는 영상이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얻는 것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과거 불굴의 의지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 한국을 세계 최빈국에서 경제 강국으로 이끈 선대의 기업가정신이 지금의 MZ세대에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희망적인 신호로 생각된다.
이제라도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미래 세대가 ‘기업을 경영하려는 의지’를 더욱 북돋울 수 있도록 법과 제도, 사회 환경을 기업 친화적으로 재정비해 나가야 한다. 규제 혁신, 노동 개혁, 세제 개선 같은 국정과제 역시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혁신과 기업인의 적극적인 도전을 통해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우리 사회가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기업과 기업인을 제대로 대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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