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웬걸, 우연히 접한 불량품이 아니었다. 스웨덴에 머무는 내내 페트병이든 종이팩이든 모든 음료의 뚜껑이 본체와 분리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남부 도시 룬드에 있는 친환경 멸균 포장재 기업 테트라팩을 방문했을 때 들을 수 있었다. 올해 7월부터 유럽연합(EU)에서 ‘뚜껑 일체형 페트병’ 의무화가 시행돼 전면 교체 작업이 이뤄졌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거리 아무 데나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수거와 재활용이 원활해지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테트라팩 관계자는 “팩음료에 붙은 캡뿐만 아니라 빨대의 포장비닐도 일체형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역사 등 스웨덴 곳곳에 폐기물 수거 전용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레투르팍 등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판타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길게 줄지어 선 시민들의 손에는 페트병과 캔 등이 한아름 들려 있었다. 이들은 용기를 반납해 보증금을 돌려받고, 기업은 재활용 등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테트라팩은 수거한 팩을 3~4회 재활용하고, 이후 섬유질이 변형되면 다른 방식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세계는 자원순환 경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플라스틱의 생애 전 주기에 관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자원순환을 촉진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협력 체계다. 한국은 오는 11월 부산에서 협약의 마지막 회의를 주최한다. 한국의 폐기물 분리배출, 선별 인프라는 글로벌 회의의 대미를 장식할 만큼 체계적일까.
한국 정부는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률이 70%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상은 27%(그린피스 ‘2023년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폐기물 소각까지 ‘열적 재활용’으로 분류해 데이터 착시를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선 매립되는 폐기물 비중이 12%가량으로 추산된다. 반면 스웨덴의 재활용률과 소각률은 각각 50% 정도로 매립하는 폐기물이 거의 없다.
한국은 생산자가 재활용을 책임지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2003년 도입했다. 1994년 처음 시행한 스웨덴과는 10년 가까운 격차가 존재한다. 글로벌 회의 개최국이 된다는 것만으로 이 격차를 좁힐 수 없다. 한국만의 해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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