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기소 의견을 냈다. 이원석 전임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7기)의 지시로 앞서 열린 김 여사에 대한 수사심의위와 상반된 판단이다. 수사심의위 권고는 구속력이 없지만,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열린 두 회의에서 다른 결론이 나오면서 검찰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부터 8시간 20분가량 비공개로 현안위원회를 연 대검 수사심의위는 최 목사에게 제기된 △명예훼손 △주거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4개 혐의 중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 8표, 불기소 7표로 기소 의견을 의결했다. 나머지 3개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결론을 내렸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외부 전문가들이 심의하는 제도다.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일 김 여사 관련 혐의에 한정해 열렸던 수사심의위에서 만장일치로 불기소 처분 권고가 나오자 최 목사는 본인 관련 혐의에 대한 별도의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고,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였다.
수사심의위는 이날 1시간가량 내부 토의 후 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을 불러 의견을 들었고, 이어 최 목사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류재율 변호사의 소명을 들었다. 류 변호사는 회의에서 그간 대외에 공개되지 않았던 녹음·영상 자료를 추가 증거로 제시하며 최 목사가 명품백을 건넬 당시 청탁 목적이 분명했다고 주장했다.
약 6시간 논의 끝에 결론을 발표한 김 여사 수사심의위 때보다 오랜 시간 토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심의위의 고심이 특히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수사심의위 결론이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최종 처분을 결정할 가늠자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달 22일 이 전 총장에게 김 여사에게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했지만, 이날 수사심의위 판단을 계기로 처분 시점을 더욱 미룰 가능성이 있다.
이날 수사심의위 결론이 나온 직후 중앙지검 수사팀은 "두 차례의 수사심의위 결정을 참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팀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증거와 법리에 따라 관련 사건들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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