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한동훈 대표 등 당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대해 만찬 회동을 했다. 전당대회 이튿날인 7월 24일 ‘삼겹살 만찬’ 회동을 한 지 두 달 만이다.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한 대표 측이 요청한 독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만찬에서 체코 순방 성과와 원전 생태계 등에 대해 주로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체코 원전 수주를 두고 ‘수조원대 손실이 우려되는 수출’이라는 야당 주장에 “근거 없는 낭설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 중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으로 전기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고 대안이 원전밖에 없다”며 “세계적으로 원전시장이 엄청 커지면서 체코가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하는데, 2기에 24조원 수주를 덤핑이라고 비판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혜전 대변인은 “한 대표도 대화 중간중간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언급하거나 대통령에게 질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만찬 이후 윤 대통령이 분수공원 산책을 제안했고, 윤 대통령은 한 대표 및 추 원내대표와 나란히 10여 분간 걸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의정 갈등 등 현안과 관련한 대화는 없었다. 한 참석자는 “상견례에 가까운 분위기였고, 현안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며 “추 원내대표 등은 국정감사 일정과 국회 현안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만찬 후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대통령과 현안 논의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의 수주와 사업 참여를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것뿐이다. 어느 기업이 손해 나는 사업을 하겠는가”라고도 했다. 이어 ‘정쟁은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는 외교가 명언을 거론한 뒤 “국익 앞에 오직 대한민국만 있을 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야권에서 제기된 ‘통일 포기’ 주장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들의 통일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반통일·반민족 세력이라고 규탄하더니 하루아침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명령한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 추진 의무를 저버리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공격도 불사하겠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얘기인가”라고 반문했다.
양길성/박주연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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