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진 영풍 고문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것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가 아니라 더 잘하는 곳에 넘겨 고려아연을 살리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 고문은 지난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장 고문은 "많은 기업이 기업공개(IPO)는 기업공개대로 해놓고 지분은 한 15∼20% 가진 채 자기 개인 회사처럼 운영을 한다"며 한국 기업들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창업주 가문이 3세대쯤 오면 지분이 잘게 쪼개져 공동 경영을 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며 영풍은 10년 전부터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고문은 "고려아연은 우리 아버님 세대가 만들었지만 그게 꼭 우리 손에 의해서만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니다. 주식은 소유할 수 있어도 기업은 소유할 수가 없다. 소유한다고 생각했을 때 회사는 망한다. 그게 내 생각이다"라고 했다.
장 고문은 "나는 개인이고 회사는 주식회사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있다. 주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걸 봐야 회사가 오래 간다. 내 생각을 갖고 내 이익을 위해 경영하면 회사는 개인 것이 되는 건데 회사는 장난감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대해선 대체로 말을 아꼈으나 나이와 경영 스타일 차이로 소통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영풍그룹 창업 2세대인 장형진 고문은 1946년생으로 올해 78세다. 3세대인 최 회장은 1975년생 49세로 두 사람은 29살 차이다.
최 회장과 갈등이 커진 계기로는 최 회장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고려아연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 상호교환을 언급했다. 최 회장이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며 자기 세력을 넓히는 동안 자신의 의견은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 고문은 "고려아연이 한화, 현대차 등과 신주 발행, 지분 교환을 진행하는데 그런 거 하지 말라고 반대했다.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했을 때도 반대했다. 전부 다 반대했는데 몰아붙였다"면서 "그 얘긴 결국 '나 당신이랑 안 하겠소'라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장 고문은 "최 회장이 취임한 이후 2년 동안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외로웠다"고도 했다.
고려아연의 신사업을 반대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장 고문은 "나는 (신사업은)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하자고 했고 그런 면에서 의견차가 조금 있었다"면서 "신사업 개척에 반대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당연히 새로운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장 고문은 MBK파트너스와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결정한 계기에 대해 "영풍 경영진이 먼저 'MBK 동맹'을 제안했으며, MBK를 상당히 모범적이고 진취적이고, 믿음직한 회사라고 판단해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가 아닌 일반 기업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지 않았냐는 질문엔 경영권을 가진 지분인지가 확실하지 않아 팔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았고, 이만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곳은 MBK뿐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적대적 M&A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들(MBK파트너스)과 손잡았다고 해서 적대적인가. 난 적대적이지 않다. 고려아연을 살리려고 한 사람이고, 한번 더 모범을 보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장 고문은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할 경우 고려아연 이사회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개매수에 성공 시)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전 사람들이 그렇게 한 건 이유가 있다. 한국 사람들은 자리 차지하면 제일 먼저 이전 사람이 했던 걸 없애려고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한 몇 년간은 지금 방향 그대로 하면서 뼈로 느껴야 한다"고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