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지난 6월 26일 1395원으로 연중 고점을 찍은 후 9월 23일 현재 1336원까지 하락하고 있다. 달러가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원화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동일 기간 주요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 변화를 보면 엔화 11%, 원화 6%, 유로화 4%, 위안화 3% 상승하였으며 달러인덱스는 –5% 하락하였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9월 미국 정책 금리가 0.5% 인하되었으며 내년까지 추가 인하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표1]은 1979년 초 이래 미국 정책 금리와 달러인덱스를 보여준다.
선후관계가 시점마다 다르긴 하지만 금리인상 시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금리인하 시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이러한 모습이 나타나는 직접적인 이유는 높은 금리를 찾아 움직이는 투자자의 속성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미국 경제가 둔화될 때 금리인하가 이루어졌기에 미국 내 투자자산의 매력 감소로 투자를 위한 달러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표1]에서 점선 우측은 시카고선물거래소(CME)에서 추정하는 정책 금리 수치로 9월 0.5% 인하에 이어 향후 1년간 2.0% 추가로 인하될 것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채권시장 지표에는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으며 달러의 경우 추정이 현실화되는 시점마다 그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표2]의 짙은 색 막대는 2000년대 달러인덱스 최고(2002년 1월)~최저점(2008년 3월)까지 5년 2개월간 각 자산별 가격 변화를 보여준다. 옅은 색 막대는 2020년대 달러인덱스 고점(2022년 9월)부터 지난 8월 말 기준 자산별 가격 변화이다.
2000년대 달러인덱스는 고-저점 구간에서 120부터 72까지 약 -40% 하락하여 안전자산인 달러 역시 가격변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 원·달러 환율은 –24% 하락하였는데 이는 원화 대비 달러가치가 그만큼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즉 주가 변화가 없더라도 환헤지를 하지 않았다면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자산별로 보면 해당 5년간 원자재(또는 원자재 관련 주식) 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했으며 금, 한국 주식(이머징마켓) 그리고 미국 주식 순서였다. 전반적으로 경기민감형 위험자산의 수익률이 좋았다.
다만 이 시기에는 중국의 산업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급등한 측면이 있다. 과거와 같은 원자재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초장기 자산사이클의 순환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자산 간 수익률 순위는 2000년대 당시와 유사할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 부침은 있겠지만 장기 추세는 달러 약세(원화 강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자산에 대한 환헤지, 그리고 미국 이외 자산으로의 투자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대정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고문(C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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