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리그오브레전드(LoL) e스포츠 게임단을 가리는 월드 챔피언십(월즈)이 25일 시작됐다. 월즈는 일명 ‘롤드컵’이라고도 불리는 LoL e스포츠 최고 권위의 국제 대회다. 그런데 첫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2024 월즈가 논란에 휩싸였다. 시작은 25일에 맞춰 공개된 월즈 주제곡 뮤직비디오였다. LoL를 개발하고 서비스 중인 라이엇게임즈는 2014년부터 월즈에 맞춰 주제곡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해왔다. 지난해 우승 팀의 서사를 중심으로 한 해당 노래와 영상은 LoL e스포츠 팬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였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린킨 파크의 ‘헤비 이즈 더 크라운’의 뮤직비디오의 경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객이 전도됐다”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국내에서 열린 2023 월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T1의 서사가 제대로 담기지 않고 영상에서 선수들이 아닌 가수의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실제로 이번 영상에는 이전까지 나온 뮤직비디오와 달리 린킨 파크 멤버들을 형상화한 이미지가 영상 중간중간에 계속해서 등장한다. 작년 주제곡인 ‘갓즈’ (GODS)의 경우 주제곡을 부른 걸그룹 ‘뉴진스’의 모습은 영상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2022년에 나온 스타워킨 역시 릴 나스 엑스의 이름이 영상 중간에 배경처럼 나오고 영상 가장 마지막에 릴 나스 엑스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이 전부다. 이전 영상보다 가수가 강조됐다는 팬들의 지적이 일리가 있는 이유다.
또한 지난해 나온 갓즈의 경우 우승 팀인 DRX의 핵심 선수인 ‘데프트’ 김혁규가 데뷔 이후 무려 7번의 도전 끝에 월즈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서사가 영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그가 이겨내 온 중요한 경기들과 함께 해온 선수들이 등장하며 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번 뮤직비디오의 경우 T1이 작년 국내 리그 LCK 팀들이 모두 패한 상태에서 중국리그 LPL의 모든 팀을 잡아내고 우승한 서사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영상 초반 휘장에 걸린 이미지를 통해 T1이 상대한 LPL 4개 팀들과 지난해 월즈 명경기로 꼽히는 4강 T1과 징동 게이밍(JDG)의 대결에서 '페이커' 이상혁이 아지르로 활약한 장면이 등장하지만 분량은 약 10초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팬들은 “린킨 파크 홍보 영상이냐”, “꼭 가수들이 들어가야 했냐”라며 이번 뮤직비디오에 대해 분노를 표하고 있다. 해외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해외 누리꾼은 LoL e스포츠 공식 SNS에 “린킨 파크가 우승 팀인가?(Is Linkin Park the winner?)”라며 우회적인 비판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린킨 파크의 귀환과 T1의 서사를 엮으려던 것이 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적인 록 밴드인 린킨 파크는 지난 2017년 보컬 체스터 베닝턴의 사망 이후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올해 새로운 보컬 에밀리 암스트롱을 영입하며 7년 만에 재결합에 나섰다. T1 '페이커' 이상혁이 지난해 2016년 이후 7년 만에 월즈 우승을 차지한 것과 이를 연결하려는 의도가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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