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셰프 극단 선택까지…식당 망하게 하는 '미슐랭의 저주'

입력 2024-09-25 13:23   수정 2024-09-25 16:58


프랑스의 미식 평가 등급 '미슐랭(미쉐린) 스타'를 받은 식당들이 과도한 비용 상등 등 이유로 폐업하는 것을 두고 '별의 저주'란 말이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런던대 경영학과 대니얼 샌즈 교수는 2000년부터 2014년까지 뉴욕에 개업한 식당 가운데 뉴욕타임스(NYT) 미식란에 소개된 가게들의 업황을 조사해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이들 가게 가운데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의 경우 약 40%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지나 가격, 음식 종류 등 세부 요소를 고려해 분석을 진행했을 때도 폐업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샌즈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은 대중적으로 매우 유명해지는 만큼 반대급부도 크다. 별을 새롭게 받은 식당은 구글에서 평균 검색량이 3분의 1가량 증가하는 등 많은 주목을 받지만, 이 같은 유명세는 곧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재료비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요리사들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경영 구조가 취약해져서다.

이코노미스트는 "비단 요식업계만이 이 같은 '별의 저주'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영인 전반에서도 수상 이후 실적이 하락하거나 경쟁자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미슐랭 식당의 '스타' 경영인들 역시 큰 부담을 느낀다. 따라서 본업에 집중하기보다 집필이나 다른 외부 활동이 번다해져 식당의 경쟁력도 저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최근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안성재 셰프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2024년 기준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다. 그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한 손님이 '너의 음식을 먹어보고 한국의 외식 문화를 판단하겠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소화가 안 됐다"며 부담감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단 식당에 미슐랭 스타가 달리면 호랑이 등에 탄 꼴"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퀄리티에 맞춰 재료도 더 좋은 거 쓰고, 직원도 더 뽑아야 하고 여러 가지로 복잡해진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차라리 미슐랭 스타를 달지 않고 맘 편히 장사하고 싶단 식당도 있더라"라고 전했다.

실제로 2016년 스위스 로잔에서 미슐랭 3스타 식당을 운영하던 유명 셰프 브누아 비올리에도 그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숨진 채 발견된 날은 미슐랭 가이드의 새 평점 발표 하루 전날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슐랭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최고의 영광이겠지만, 사업 측면에 있어서는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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