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현 "피오와 '굿파트너' 원나잇 장면, 이해됐다" [인터뷰+]

입력 2024-09-25 15:27   수정 2024-09-25 15:29



배우 남지현이 '굿파트너'에 쏟아진 애정과 비판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남지현은 25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진행된 SBS '굿파트너' 종영 인터뷰에서 "그런 시청자들의 소감은 시청자들의 몫이라 생각해서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충분히 이해했다"며 "우리의 의도대로 시청자들이 따라가진 않는다는 것도 이해했다"고 말했다.

'굿파트너'는 이혼이 천직인 스타변호사 차은경(장나라 분)과 이혼이 처음인 신입 변호사 한유리(남지현 분)의 차갑고 뜨거운 법정 드라마다. 극중 남지현은 이혼은 '처음'인 신입 변호사이자 불의를 참지 못하는 한유리 역을 연기했다.

남지현은 17년차 베테랑 변호사 차은경과 워맨스부터 로펌 동기이자 '남사친'인 전은호(표지훈 분)와의 미묘한 로맨스를 그려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혼 변호사들의 일과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에 "로맨스가 갑자기 원나잇으로 끼어들었다"는 반감도 나왔다.

남지현은 "저희는 시청자들이 아는 것의 뒤에까지 알고 있어서 '지켜봐주시면 아시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때가 딱 (2024 파리올림픽 중계) 결방 포인트였다"며 "그래서 오해가 깊어진 시기가 길어졌다"면서 웃었다.

이어 "유리가 은호의 고백을 거절하고, 어색한 사이가 된 다음 이들의 관계가 아주 천천히 진전되고, 신뢰를 쌓는지가 드라마 속에 설정이 돼 있었는데 그걸 빨리 보여드리지 못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남지현은 올해 연말 연기대상에서 "은호보다는 은경과의 베스트커플상을 꿈꾼다"고 속내를 털어 놓아 폭소케 했다. 다음은 남지현과 일문일답.

▲ 꾸준히 1년에 한 작품씩 내놓고 있다. 이번 작품은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굿파트너'는 현장에서도 그렇고 위로가 됐다. 촬영할 땐 더워서 지치고 체력도 떨어졌는데, 오랜만에 막내로 참여해서 사랑도 엄청 받고, 예쁨도 받아서 일이지만 쉬어가는 느낌이었다. 제가 몇년 사이에 한창 장르물을 계속 했더라. 이번에는 생활에 가까운 이야기라 더욱 그랬다. 장르물은 어쩔수 없이 감정적으로 소구되는 부분이 있는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눠서 얘길 하다보니 한텀 쉬어갔다. 앞으로도 이것저것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쉬어간다'했지만, '굿파트너' 역시 난이도가 낮은 작품은 아니었다.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나왔지만, 가사 재판, 가정법원을 가다보니 법정물 치곤 친숙한 단어가 많이 나온다. 조합이 생소해서 말이 꼬이다보니 기본적으로 그런 것에 대해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 전문직이다보면 연습량이 늘어나는 건 당연했다. 그래도 작가님과 감독님 모두 준비가 철저했고, 여쭤보기 좋았다. 수월하게 진행하다보니 마음의 부담이 없었다.

▲ 장나라는 남지현이 연기하는 한유리를 보며 차은경이란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본인은 어땠을까.

대본에 유리와 은경의 관계가 다 드러나 있다. (장)나라 선배님은 저를 보고 만들었다고 했는데, 저도 나라 선배님을 보고 제가 만든 유리 캐릭터에 확신했다. 저는 유리의 모든 부분이 이해가 갔다. 유리는 신념은 있지만, 사회 생활을 많이 하지 못해서 시야가 넓지 않다. 그래서 발생하는 갈등과 실수가 초반에 많이 드러난다. 은경은 반대로 시야가 넓고 경험이 많아 정확하고 숙련됐다. 그래서 날카로운 인물이다. 처음엔 제가 연기를 잘못해서 유리가 미워보일까봐 걱정했다. 그래서 망설임이 있었다. 사람 남지현은 은경이란 인물이 너무 좋았는데, 나라 선배님은 '은경이가 무섭고 유리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다'는 얘길 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본에 나온 그대로의 유리를 하자. 그러면 보시는 분들이 그렇게 생각해주시겠구나 해서 확신을 얻었다.

▲ 장나라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

장나라 선배는 정말 좋은 파트너였다. 정말 많은 위로를 주셨다. 그 감정을 말로 표현 못하겠는데,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외로워지는 게 있는데, 그걸 감싸주는 느낌이었다.

▲ 장나라 만큼이나 극중 재희 역의 배우 유나와 함께하는 장면도 많았다. 아역 출신이다보니 유리를 보는 감정도 남달랐을 거 같다.

재희, 유리가 대화하는 장면을 개인적으로도 좋아했다. 성숙한 유리가 나올 틈이 드라마 속에 많지 않은데 유일하게 재희를 볼 때 성숙한 모습, 경험의 모습이 보였다. 유리가 나중에 경력이 쌓이고 시야가 넓어지면 저런 모습일까 싶었다. 그리고 유나는 워낙 잘해서. 전 사실 아역배우들을 보면 아무 생각이 없다.(웃음) 연기도 다들 워낙 잘하고, 저와는 다른 과정을 겪고 있고. 제가 아역할 땐 부모님이 다녔는데, 이 친구들은 회사랑 같이 많이 하더라. 직업적으로 다가가는 속도가 빠르지 않을까 싶더라. 유나를 보며 그냥 몸이 작은 같은 연기자라고만 생각했다. 전 어릴 때 누군가의 어린시절을 연기했던 게 대부분인데, 지금은 자기의 한 역할로 나온다. 그 부분도 다른 거 같다.

▲ 장나라와 워맨스에 대한 응원과 반대로 표지훈(피오)와의 로맨스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저도 봤다. 그런 시청자들의 소감은 시청자들의 몫이라 생각해서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충분히 이해했다. 우리의 의도대로 시청자들이 따라가진 않는다는 것도 이해했다. 다만 저희는 시청자들이 아는 것의 뒤에까지 알고 있지 않나. 그래서 '지켜봐주시면 아시겠지' 생각했는데, 그때가 딱 (2024 파리올림픽) 결방 포인트였다. 그래서 오해가 깊어진 시기가 길어졌다. 어색한 사이가 된 후 은호와 유리의 관계가 아주 천천히 진전되고, 어떻게 신뢰를 쌓아가는 지가 드라마 속에 설정이 돼 있었는데 그걸 빨리 보여드리지 못해서 '오해를 풀어야 하는데' 하고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유리에겐 은호와의 관계도 큰 사건인데 이해받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긴 했다.

▲ 유리는 다소 보수적인 인물로 그려졌는데, 갑자기 원나잇 장면이 나와 '캐릭터 붕괴가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유리가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자신의 신념을 갖고 뜻을 지키기 위해 사는데 그런 사람에게도 사건은 발생하지 않나. 사건은 발생했고, 그게 유리의 약점과 닿아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고리타분한 클리셰같다'고 하는 반응도 알지만, 그 부분을 우리가 놓쳤을 수도 있다. 드라마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니 완벽하지 못할 수 있으니까. 대본으로 볼 때부터 거슬리거나 이러지 않았다.

▲ 데뷔 후 첫 베드신 아닌가.

'수상한 파트너'에서도 등장했다.(웃음) 베드신 촬영에 대한 부담도 전혀 없었다. 정말 신경써서 많이 해주셨다. 대본이 나와서 전달돼 의견을 교환할 때에도 감독님이 따로 전화해서 '어렵거나 망설여지면 말해달라'고 말해달라고 해서 부담이 없었다.

▲ 은경과 유리가 다른 로펌에서 근무한다는 엔딩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좋은 결말이었다고 생각했다. 은경과 유리의 관계성이 깊어져서 '세트로 움직일 거 같아'라고 생각한 거 같다. 그래서 은경이 독립할 때 '유리가 당연히 같이 가겠지' 예상하셨는데, 사실 그러지 않을 수 있지 않나. 은경이 유리에게 배울 수 있는 걸 배우고, 변호사대 변호사로 만나자고 하는데, 그 조차도 은경이 유리에 대한 존중이 있기에 한 말이라 생각한다. '날 믿고 따라와'가 아니라 '스스로 충만해질 시간을 가져라'고 한 거다. 유리도 그 말에 따르고, 잘 배운다. 그래서 전 만족스러운 결말이었다.

▲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이야기라 개인적에 결혼관도 달라진게 있을까.

아직 결혼이 나에게 가까운 얘기는 아니라, 이런 질문은 많이 받았는데 와닿지 않는다. 제 주변엔 결혼을 안 한 사람들이 많기에 그보다는 '굿파트너'는 뭘까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인간관계에 대해 더 생각했다. 오히려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 이 드라마를 보면 새로운 느낌일 거 같았다. 드라마에서도 여러 관계가 나오는데 일단 좋은 관계성을 만들어내는 공통점은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줄때인 거 같다. 사회에 나가면 각자의 직업과 관계 속에 '이래야지'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걸 벗어나 '저 사람은 누구누구라는 사람이지'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많이 느꼈다.

▲ 3회 만에 시청률 10%를 넘겼다.

정말 놀랐다.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천천히 올라갈 줄 알았다.(웃음) 시청률이 잘나오기 어려우니 많이 당황했고, 기뻤고, 그래서 촬영할 때도 '들뜨지 말자'고 했다.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서 재밌는 얘길 할 수 있는 드라마라 많이 보지 않았을까 싶다. 소재가 그런데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도 나오고, 작가님이 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종영한지 얼마 안 돼 그런 말은 없었다. 그런데 시즌2 만들어진다면 기쁘게 참여할 수 있을 거 같다. 원래 변호사 4명일지, 확장될 지 모르겠지만 기쁘게 부름에 달려올 거 같다.

▲ 많은 에피소드가 나왔는데 보면서 놀라웠던 에피소드가 있었나.

대본을 보며 놀랄 때도 있었지만 '진짜 있었던 일이에요?'라고 작가님께 묻지 묻지 못하겠더라. 작가님이 이혼 전문 변호사니, 진짜 있었던 일 아니겠나. 흔하게 발생한 일, 방송 가능한 걸로 적었을 거다. 현실은 더하다고 하니까. 판결날 때 신선한 충격으로 느낀건 캠핑장 에피소드였다. 개인적으로 슬픈 건 친자 아닌 아들을 둔 양육권 분쟁이 마음이 아팠다.

▲ 유리와 인간 남지현의 싱크로율은 어떤가.

캐릭터와 싱크로율을 생각하지 않은 지 꽤 됐는데, 유리는 타인에 대한 감정적인 공감이나 무조건적인 지지 이런 부분이 있지 않나. 그런 따뜻함이 유리가 앞서고, 사회생활은 제가 앞선거 같다. 유리보다 제가 시야는 넓어서 융통성은 있는 거 같다.(웃음) 보면서 '아이고, 유리야' 하는 상황도 있었는데, 은경을 보며 발전하는 유리를 보며 더 응원하며 지켜봤던 거 같다.

▲ 유리처럼 지나고 보니 '아집이었다' 싶던 시기가 있었나.

이 일을 하면서 '난 대중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경험이 쌓이다보면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해지지 않나. 제가 좋아하는 게 '대중들에게 생소하려나'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떻게 보면 옛날 생각을 고집하면 아집이 될 거 같더라. 작품을 선택할 때부터 그런 고민도 슬슬 하게 되는 거 같다. 우리 직업이 환경이 계속 변화하지 않나. 그러다보니 한가지 생각을 고집한다기보다는 수정하고 고치고 보완하는 순간이 많은 거 같다. 대중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도 갈리기 시작한다. 저를 최초로 기억하는게 작품이 여러개가 됐다. 아역이나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정적이었다. 이제는 매 작품마다 그런게 등장했다. '아, 내가 어떤 이미지로 기억한다는 거조차 내 실수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일할수록 어려워지는게 이런 거에 있나 싶었다. 성장하면서 혼란을 겪는 시기가 대학때 왔는데 마침 심리학과라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게 지금의 삶까지 굉장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

▲ 올해로 데뷔 20년이다.

올해 서른살이 됐는데, 그동안의 제 모습을 봐 주시면서 사람들도 '컸다'라는 인식을 하게 되신 거 같다. 그렇게 인식하는 분들이 생겼으니 좀 더 자유롭게 하려고 한다. '이게 될까' 라는 고민이 많았다. 작품을 결정할 때마다 여러 상황을 깊게 고민하고 선택했는데, 이제 그런 부분에서는 마음을 가볍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거 같다. 아직 거대한 계획이 있진 않다. 숫자가 20으로 바뀌어서 '굿파트너'를 하면서 아기때부터 한 SBS 작품을 모아서 영상을 만들어주셨다. 그걸 보는데 문득 '와, 한사람을 20년 본 사람이 계실텐데 안지루하셨을까? 지켜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런 생각을 했다. '20년간 했으면 잘했지' 칭찬해주셨는데, 그 말의 의미가 이런 거구나 체감했다. 그래서 이렇게 사랑해주셨으니 보다 재밌고, 즐겁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20년간 논란도 구설수도 없었다.

제가 만든 결과물은 아니고 좋고 예쁘게 봐주신게 큰 거 같다. 그래서 인복이 있다고 생각한 거 같다. 스스로에게도 '잘컸네', '운이 좋다' 이렇게 말해 준다. 매년 한 작품씩 하는 것도 주변 사람들 덕분이다. 빨리 하거나 결과를 내고 싶어하면 조급해지는데, 제 주변엔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조급해 질땐 '괜찮다'고 해주신다. 그래서 차분하게 생각할 기회나 시간을 얻는다. 전 제가 색깔이 뚜렷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해 왔다. 어디나 잘 어울리지만, 튀는 뭔가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그게 긴 시간이 흐르니 이게 제 색깔이 되더라. 꾸준함이 색깔이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끼고 있다.

▲ 상 욕심은 없나.

나라 언니 인터뷰를 보면서 연말 연기대상 베스트커플상에 욕심이 나더라. 은호에겐 미안하지만. 그래서 요즘은 '베스트크루상' 이렇게 나오면 좋을 거 같다. 함께 출연한 출연진이 함께 받는 거다. 어떤가. 만약 베스트커플상을 받으면 은호 오빠에겐 밥을 사도록 하겠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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