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단색화가의 대표주자로 불린다는 이야기를 듣자 소파에 앉은 김택상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줄곧 평온했던 모습이 달라졌다. 그는 스스로를 단색화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1세대 단색화가인 윤형근, 박서보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산다”며 “치열하게 다른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고 강조했다.
김택상에게 미술이란 ‘농사’다. 작업할 때 환경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대신 모든 과정을 시간과 자연의 흐름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하는 일이라곤 밭에 물을 주듯 작품을 들여다보고 보살피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그가 ‘작품을 보살핀다’는 표현을 쓴 이유에는 김택상만이 추구하는 독특한 작업 방식이 있다. 그는 도구 없이 회화를 하는 작가다. 안료와 물만으로 작업한다. 안료를 풀어놓은 물에 캔버스를 담그고, 원하는 만큼 물감이 스며들 때까지 기다린다. 그의 작업 신념은 비틀스의 노래 제목에서 따 온 ‘렛 잇 비(let it be)’. 가만히 놓아두면 언젠가 원하는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기다림의 작가’ 김택상이 자신의 신작을 들고 관객을 찾아왔다. 서울 종로 리안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 ‘타임 오딧세이’를 통해서다. 이번 전시엔 ‘플로우’ 연작 등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는 작업도 나왔다. 전시는 오는 10월 19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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