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중동으로 K웨이브 영토 확장에 나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문화와 콘텐츠, 물류 등에 걸쳐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북미 등에서 K웨이브를 선도해온 CJ그룹이 중동 시장 확대를 본격화함에 따라 중동에서 K웨이브 확산이 탄력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문화부, 관광부 등 사우디 국가개발계획 ‘비전 2030’을 주도하는 핵심 인사들과 잇달아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사우디의 비전 2030은 국가 경제를 개방해 산업을 다각화하고 엔터테인먼트, 관광 등 소프트파워를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이 회장은 회담에서 “사우디의 문화산업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CJ그룹의 문화산업 노하우와 사우디의 문화 자원·잠재력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번 방문은 사우디 문화부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이 회장이 사우디를 정부 초청으로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그룹에선 이 회장을 비롯해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윤상현 CJ ENM 대표, 정종환 CJ ENM 콘텐츠·글로벌 사업 총괄 등이 동행했다.
CJ그룹 경영진은 사우디 정부 측의 제안에 따라 고대 문명도시 알울라를 방문했다. 2만5000㎡ 규모의 사운드 스테이지를 갖춘 영화 제작 스튜디오인 알울라스튜디오 등을 둘러보고 현지 인프라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과 관광 분야 협업 방안을 모색했다.
CJ그룹은 엔터·미디어시장에 대한 정부 지원이 많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우디를 거점으로 삼아 인구 6억 명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사업 기회를 추가로 발굴할 방침이다. 윤 대표는 “사우디와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K컬처 확산이 기대되는 중동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CJ그룹이 사우디와 영화, 음악, 드라마 등 콘텐츠를 공동 기획하거나 현지에서 K콘에 이어 K팝 행사를 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J그룹은 앞서 리야드에서 2년 연속 K콘을 개최했다. 중동에서 K컬처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행사로 평가받는 2022년 첫 K콘은 온·오프라인 합산 822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CJ ENM은 그해 사우디 문화부와 2032년까지 10년간 영화, 음악, 공연,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CJ CGV는 사우디에서 4DX 상영관을 포함해 14개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물류 분야 협업도 강화한다. 이 회장은 4일 사우디에 도착해 첫 일정으로 리야드 공항 통합물류특구에 건설 중인 CJ대한통운 글로벌권역물류센터(GDC)를 찾았다. 사우디 GDC는 대한통운 CBE(국가 간 전자상거래) 물류 사업 글로벌 영토 확장의 핵심 거점이다.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유통업체 등과 협업해 중동 지역 국제 배송을 전담한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번 중동 회담이 중동·아프리카 지역으로 한류가 급속히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글로벌 문화산업을 주도하는 선도 기업으로서 중동 지역의 K웨이브 확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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