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이 아니라 밸류다운지수라고 불러야 한다.”(CLSA)
지난 24일 발표된 밸류업지수에 대해 국내외 증권사의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목적으로 만든 지수임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된 고배당 종목이 빠지고 오히려 주주환원에 인색한 기업이 다수 편입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시가총액, 수익성, 주주환원, 자본효율성 등을 기준으로 100개 종목을 산출했다. 하지만 선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선뜻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많다. 대표적인 점이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탈락이다. 이들은 주요 요건을 모두 만족했음에도 ‘2022~2023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상위 50%’라는 기준에 미치지 못해 지수 편입이 불발됐다.
KB금융지주는 올해 7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하며 주가가 57% 치솟았다. 정부의 밸류업 취지에 따라 주주환원책을 충실히 이행해 ‘밸류업 대장주’로 꼽혔다. 올해 주가 급등으로 PBR 기준을 만족했지만, 선정 기준이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 맞춰지다 보니 지수에서 빠진 것이다.
주주환원과 거리가 멀고 투자자의 원성을 산 기업들이 대거 포함된 것도 혼란을 키웠다. 엔씨소프트는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고점 대비 5분의 1 토막 났다. 이 상황에서 김택진 대표가 지난해 72억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받아 논란을 불렀다. 1조원 이상의 순현금을 가지고 있지만 주주환원 대신 5800억원을 들여 신사옥을 짓겠다고 나섰다.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밸류업 역행’ 비판을 받은 두산밥캣이 포함된 것도 논란이다. 다양한 산업군을 반영하려다 보니 함량 미달인 종목들이 걸러지지 않았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점도 껄끄럽긴 마찬가지다. 지수 내 비중이 30%에 달하는 두 종목에 소재·장비주까지 포함되면 반도체 업종의 영향이 너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밸류업지수가 코스피200지수와 다를 게 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밸류업지수에 대한 시장의 실망은 25일 증시에 바로 나타났다. 신한지주(-4.79%), 삼성화재(-3.73%), 셀트리온(-2.68%) 등 지수에 편입된 종목마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상장사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이미 극에 달했다. 밸류업지수가 이런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면 투자자의 오해와 불신을 줄일 수 있는 탄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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