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에는 행복부가 있어서 행복부 장관이 직접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챙긴다고 하죠. 우리나라에도 행복청이 있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줄임말인데요. 대한민국의 행정수도인 세종시를 만들기 위해 2006년 발족한 정부 기관입니다.
부탄의 행복(行福)부와는 다소 다른 방식의 행복(行復)을 추구하는 기관이지만 지향점이 '국민의 행복'이라는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세종시는 지난 6월 한국지역경영원의 '2024년 대한민국 지속가능한 도시 순위'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습니다. 평균연령(37.7세), 상용직 비중(86.7%) 등이 전국 1위에 오르는 등 인구와 소득, 재정 면에서 최상위를 기록한 덕분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대규모 도시 계획에 의해 탄생한 세종시는 2012년 출범 12년 만에 인구 39만명의 당당한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제일 살기좋은 도시', '근미래적인 도시 경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행정수도' 같은 화려한 수식어 한편으로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역 상권 붕괴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올 2분기 지역별 상가 공실률 조사에서 세종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5.7%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습니다. 전국 평균 13.8%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상가 넷 중 하나는 비었다는 뜻입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11.3%로 전국 1위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세종의 눈물'은 일시적인 성장통일까요, 아니면 지속가능성이 흔들리는 초기 신호일까요. 김형렬 행복청장을 모시고 직접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행복도시 세종'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위인의 이름을 딴 도시라면서요.
"네, 시민 공모를 통해 1446년 한글을 창조하신 세종대왕의 이름을 땄습니다."
▶세종시의 탄생 배경은 뭔가요.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역대 정부들은 수도권 집중 문제, 군사적 위험 문제 때문에 통일 전까지 임시로 수도를 남쪽으로 이전하려 했습니다. 세종시도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건설 계획이 마련됐습니다."
▶세종시는 여섯 개의 생활권을 분산해서 만들다보니 백화점이나 종합병원 같은 대형 상권이 들어서기 어렵고, 그 결과 상가 공실이 심각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행복도시 세종은 기존 도시의 확장과 다르게 세계 최초로 환상형의 도시구조로 설계됐습니다. 도시 가운데 전월산과 원수산이 있다보니 이 산을 중심으로 6개의 생활권이 배치돼 있습니다. 대신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타면 도시 어디든지 20분 내 접근이 가능합니다."
"상가 공실률이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행복청은 2019년 상가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입니다. 용도 규제를 완화해 단지 내 상가 비율을 좀 낮추는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과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급성장 등으로 여전히 공실률이 높은 측면은 있습니다."
"상업용지 비율을 축소시키고 지역별 상가 공급 제한 등에 병행해 소비 진작책도 세종시와 준비하고 있습니다."
▶행복청과 세종시는 생활권이 6개로 분산돼 있더라도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 공실률 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저출생·고령화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지역소멸 위기도 당면한 과제입니다. 그런데 지난 5월 통계청은 전국 시도에서 유일하게 2040년 이후에도 인구가 증가하는 도시로 세종시를 뽑았습니다. 전국 출산율이 0.73명이지만 세종시는 0.97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매년 선발되는 국가직 공무원 1만명 가운데 대다수가 세종시로 유입될 전망입니다. 도시첨단산업단지에서는 400여개의 기업이 운영 중이고, 9월초에는 공동캠퍼스가 개교했습니다. 교육과 취업이 동시에 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면 인구가 많이 유입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통령 제2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도 2031년까지 내려올 계획입니다. 그러면 인구가 의미있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세종시의 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가 대통령 제2집무실과 국회 이전일 것 같은데요.
"윤석열 정부는 행복도시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실질적인 행정수도 완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2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을 미국의 워싱턴D.C.와 같은 국가상징구역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국가상징구역은 국제 설계공모로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당선작은 금년 말 선정할 예정입니다. 국회 세종의사당은 지난 12일 국회의장 소속의 건립위원회가 구성됐습니다. 세종 국립수목원과 국립 박물관 단지와 어우러지는 국가상징구역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그런데도 '설마 국회가 전부 내려오겠어'라고 의구심을 나타내는 분들이 많은데요. 일정이 이미 진행이 되고 있죠?
"네, 그렇습니다. 작년 10월 국회규칙을 개정해 12개 국회 상임위원회 가운데 11개 상임위의 이전이 확정됐습니다. 나머지 6개 상임위와 본회의도 국회와 정치권이 판단을 해주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종의 또 하나 과제가 교통 문제인데요. 처음에는 '차 없는 도시'로 계획을 했다가 계획이 바뀌었죠. 결과적으로 '차 없이는 안되는 도시'가 되면서 교통정체와 주차장 부족이 심각한데요.
"원래 행복도시는 대중교통 중심도시로 계획 및 설계가 됐습니다. 그런데 도시가 60% 완성되니 출퇴근 시간대에 혼잡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출퇴근 시간대 정부청사와 대전, 청주 외곽 지역을 이용하는 차량 때문에 연결 지역에서 체증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BRT 연간 이용객이 1100만명에 달하는 등 대중교통 이용자가 증가 추세입니다. "
▶세종이 살기 좋은 도시이지만 즐길거리가 없는 '노잼도시'라는 평가도 있는데요.
"즐길 거리가 다소 부족하지 않느냐는 말씀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노잼'은 연령에 따른 주관적인 요소도 없지 않을 겁니다. 예를 들면 국립세종수목원은 작년 한 해만 87만명이 방문했습니다."
"국립 박물관 단지도 작년말 문을 열었는데 7개월 만에 10만명을 넘는 방문객이 찾아주셨습니다. 2031년까지 박물관 단지에 10개의 박물관이 들어서는데요, 완성되면 의미있는 재미거리가 생길 것 같습니다. 가족 단위 휴양레저 시설도 준비 중이어서 재미거리가 많이 늘 겁니다."
▶행복도시 건설의 총책임자로서 세종시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세종시 녹지율은 52%입니다. 범죄율이 낮고, 출산율은 높은 살기 좋은 도시입니다. 현재까지 44개의 중앙행정기관이 이전했는데 앞으로 대통령 2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까지 이전하고, 6개의 생활권 가운데 나머지 5,6 생활권이 조성되면 발전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겁니다. 수도권을 잇는 교통망도 지금보다 훨씬 좋아지기 때문에 흥미있는 투자처가 될 겁니다."
▶공인이 아니라 개인이시라면 세종시에 투자하시겠습니까?
"잠재력과 기회 측면에서 보신다면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가장 유망한 투자지역을 꼽아 주신다면요?
"세종시 전체라고 봅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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