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씨의 송환국과 관련해 조속히 결정을 내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얀 보조비치 장관은 이날 몬테네그로TV의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 "결정은 법무부가 내릴 것이고 며칠 안에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를 예단하고 싶지 않다"며 "나는 범죄인 인도 결정이 법무부의 통상적인 업무에 속하며 특별한 예외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점을 반복해서 언급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정이 내려지는 즉시, 우리는 당연히 그 결정을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지난 19일 하급 법원에서 확정됐던 권씨의 한국 송환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 자체를 법무부에 이관했다. 이에 따라 권씨가 한국과 미국 중 어느 나라에서 재판받게 될지는 보조비치 장관의 결정에 달렸다.
그가 조만간 송환국을 결정한다고 해도 권씨의 신병이 곧바로 인도될지는 미지수다. 권씨 측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이의 제기 절차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몬테네그로에서는 권씨와 밀로코 스파이치 총리의 유착 의혹과 관련한 정치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언론사에 배포한 성명에서 "권도형을 한국으로 송환하면 스파이치 총리와 권도형의 유착 사건은 은폐될 것"이라며 "반면 미국은 총리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충분한 수단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이 몬테네그로 공항 운영 관리에 대한 국제 입찰에 참여한 사실을 언급하며 스파이치 총리가 권씨를 한국으로 보내는 조건으로 한국과 모종의 거래를 시도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며 권씨를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고수했던 인물이다.
스파이치 총리와 갈등설 속에 지난 7월 경질된 그는 연일 스파이치 총리와 권씨의 유착을 주장하며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현지 언론매체는 밀로비치 전 장관의 폭로에 대해 수도 포드고리차 시장 선거에 출마한 그가 현 총리와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정치적 중량감을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권씨와 스파이치 총리가 '특수 관계'로 의심받는 것은 사실이다. 스파이치 총리가 권씨가 창립한 테라폼랩스 설립 초기 개인적으로 자금을 댄 투자자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지난해 6월엔 총선 나흘 전엔 스파이치 총리가 권씨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22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권씨와 따로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권씨는 지난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된 뒤 계속 현지에 붙잡혀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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