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2R…MBK, 매수가 14% 더 올렸다

입력 2024-09-25 23:29   수정 2024-09-26 02:08

MBK파트너스·영풍과 고려아연 간 ‘쩐의 전쟁’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MBK파트너스는 26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13.6%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날은 공개매수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매수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대응할 시간을 최대한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공개매수 가격도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주당 75만원은 고려아연의 평소 주가 수준(50만원 안팎)보다 50% 높다. 공개매수 전쟁이 가열될 경우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한 차례 더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 회장 측은 이번 매수 가격 인상을 충분히 예견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우군과 실탄을 끌어들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공개매수 가격 인상으로 압박
공개매수 가격 인상 움직임은 25일 주식시장 마감 직후부터 감지됐다. 영풍은 MBK파트너스가 세운 특수목적회사(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에 3000억원을 대여한다고 공시했다. 영풍은 그동안 회사 내 보유 현금을 공개매수 자금으로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환경 이슈가 많은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에 투자해야 할 자금이 많아서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공개매수 작업이 끝나면 돌려받는 자금 대여 성격”이라고 해명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앞으로 MBK파트너스가 영풍 등을 통해 실탄을 더 확보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26일 장 개장 전 정정 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MBK파트너스는 영풍에서 빌린 3000억원을 공개매수 자금으로 활용한다.

당초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주식 최대 302만4881주(지분 14.61%)를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공개매수에 들어갈 자금은 최대 1조9964억원(66만원×302만4881주)에 이른다. 여기에 영풍에서 조달한 금액 3000억원을 더하면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자금으로 최대 2조2686억원을 확보했다. 이를 고려아연 매입 주식 수(302만4881주)로 역산한 최대 공개매수 가능 금액은 75만9000원이다. IB 관계자는 “매수 수수료 등을 떼면 공개매수 가격은 75만원 정도”라고 전했다. MBK파트너스는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도 기존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25% 올릴 계획이다.
○고려아연, 23년 만에 CP 발행
최 회장 측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40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을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곳간이 넉넉한 고려아연이 자본시장에서 차입 거래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23년 만이다. 고려아연은 운영자금 용도라고 강조했지만, 업계 안팎에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실탄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고려아연의 현금성 자산은 2조1277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차입금은 1조4107억원에 그친다. 당장 가동할 수 있는 순현금(현금성 자산에서 차입금을 제외한 금액)이 7000억원 넘는다는 의미다.

이날 발행한 CP 만기는 6개월로 금리는 연 3%대 중후반 수준이다. 이 회사의 CP 신용등급은 단기신용등급 가운데 최우량인 ‘A1’으로 평가됐다. 이 회사는 당초 만기가 긴 회사채 발행을 검토했다. 하지만 최근에 시장금리 변동 폭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단기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필요시 자본시장에서 추가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엔 산업통상자원부에 회사가 보유한 2차전지 소재인 전구체 가공 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로 선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가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외국 기업에 매각될 수 있다.

김익환/김우섭/장현주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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