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6일 16: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달러 선조달 한도를 월 10억달러에서 30억달러로 확대한다. 선조달이란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에 나서기 전에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분산 매수해놓는 것을 의미한다. 선조달 한도를 늘리는 것은 외화를 분산 매수할 여력을 늘려 시장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6일 제6차 회의를 개최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기금 운용현황’ 안건을 보고했다. 분기별 한도는 60억달러, 일별 한도는 1억5000만달러로 설정됐다. 확대된 한도는 다음달부터 적용된다.
해외투자가 불어나는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은 지난 2019년 34.9%에서 올해 6월 말 현재 55.1%로 높아졌다. 금액으로 보면 256조8000억원에서 631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외화조달액도 늘었다. 하지만 한도는 2022년 선조달 제도 도입 이후 계속 월 10억 달러로 묶여 있다. 당시 국민연금과 외환당국은 외환스와프 계약을 부활시키면서 선조달 제도를 도입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 국내 외환시장에서 월 20억~30억달러씩 매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한도 상향 조치에 따라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해외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에 투자할 때 시급하게 대규모 외화를 필요로 한다. 이때 월별 한도에 따라 선조달 해놓은 달러를 소진하면 나머지 투자 자금은 외환시장을 이용해 일거에 사들여야 한다. 앞으로는 선조달할 여력이 커지면서 분산 매수를 가능하게 됐다.
선조달 한도 상향은 국민연금 수익성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가격이 싸졌을 때 미리 분산 매수해 평균 매입가를 낮출 수 있어서다. 해외 위탁 운용사로부터 대규모 캐피털 콜(투자금 납입 요구)이 들어올 때도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 국민연금 기금위는 해외주식에 대한 ‘기업과의 대화’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금의 장기 수익 제고를 위한 주주활동 중 하나인 기업과의 대화를 해외 기업에도 적용하게 된다. 이번에 의결된 도입 방안에 따라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과의 대화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해외 기업의 국내외 사업장 내 산업재해, 해외 기업 상품의 소비자 안전 사고 발생 등 해외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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