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이탈리아 문화가 이토록 풍성하고 다양하게 된 데에는 도시의 역할이 컸다. 도시국가 중심으로 성장해온 이탈리아이기에 국가 발전의 원동력은 지자체 활동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도시가 지니는 중요성의 역사적인 흔적은 여러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이탈리아 해군의 깃발은 피사, 베네치아, 제노바, 아말피의 깃발로 이뤄져 있는데, 중세 이탈리아 4대 해양 도시국가였던 네 국가의 전통이 현대 해군을 상징하는 깃발로 이어진 것이다.
다양성 속에서 통합을 추구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한 사실은 식문화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큰 틀에서 이탈리아 음식은 지중해식 음식이지만 지역별 특색이 두드러진다.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음식도 지역에 따라서 조리법이 다르다. 예컨대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는 조리할 때 버터를 사용하고, 남부에서는 버터 대신 올리브 오일을 사용한다. 또, 북부에서는 옥수숫가루로 만든 폴렌타라라는 죽을 즐겨 먹지만, 남부에 가면 세계 최고의 피자를 맛볼 수 있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2000가지가 넘는 토착 품종과 지역의 토양 및 기후를 반영한 재배방식, 오랜 전통의 양조법 덕에 이탈리아 와인은 생산지와 연관성이 깊다. 이러니 이탈리아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클 수밖에 없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 한국 사람들의 고향 사랑 역시 이에 못지않았다.
한국이 소프트 파워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다양한 개성을 가진 도시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자체 간 도시외교야말로 양국 국민을 더욱 가깝게 할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한국과 이탈리아 도시 간 7건의 자매결연 협약이 체결됐고 22건의 우호 도시 협약이 맺어졌다. 자매결연을 맺기 위해서는 도시 간 유사성과 적합성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최근 협약을 체결한 춘천과 파르마는 미식 도시라는 공통점이 있고, 부산과 제노바는 항구 도시라는 공통점이, 그리고 광주와 토리노는 자동차산업의 중심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필자는 임기 내 더 많은 자매결연이 성사되기를 바란다. 경제·문화적 상호보완성을 갖춘 도시나 같은 문제에 직면한 도시를 연결하면 서로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양국의 140년 우정이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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