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금투세 토론 이튿날인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와 관련해) 한 달여간 당 내외 의견을 들은 뒤 당론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고 했다. 늦어도 이달 당론이 나올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전날 시행팀·유예팀으로 편을 나눠 유튜브 생중계되는 공개 토론회까지 했으면서 당론 결정을 한 달이나 미룬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논란이 되자 하루 만인 26일 윤종군 원내대변인이 취재진과 만나 전날 이 비서실장의 발언을 “개별적 의견”이라고 뭉갰다. 그러면서 “금투세 입장을 논의할 의원총회 개최 시기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도 같은 날 한 라디오에 나와 “(금투세 당론이) 금방 결론이 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을 열었지만 금투세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건 이재명 대표의 침묵이다. 그는 지난 7월 당대표 출마 선언 때만 해도 “예정대로 하는 게 정말 맞나”라며 유예론을 폈다. 이후 TV 토론회에서는 “거래세를 대체하는 것이라 (금투세를) 없애는 건 신중해야 한다”며 보완 후 시행에 무게를 실었다. 오락가락하긴 했지만 의견이라도 냈던 그가 당대표 선출 이후에는 금투세와 관련해 아예 입을 닫고 있다.
“이 대표가 1400만 투자자를 불확실성에 밀어넣고 선거 유불리만 따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비서실장의 언급대로 당론 결정이 한 달 뒤에나 이뤄진다면 이는 ‘10·16 재보궐 선거’ 이후가 된다. 이 대표가 “패배하면 민주당 지도체제 전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총력전을 펴는 선거다. 이 대표의 ‘호위무사’ 김민석 최고위원도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면서 대뜸 ‘3년 후 시행’을 언급했다. 이 역시 대통령 선거 이후다. 정치적 고려를 한 것이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행동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해득실 계산에 1400만 개인투자자의 기회비용이 투입된다면 완전히 다른 얘기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시행이든 유예든 민주당의 입장이 하루빨리 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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