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배추값이 치솟으면서 김장 대신 포장김치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온라인몰에서는 50개 넘는 상품이 동시에 동나는 대란까지 벌어졌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포장김치 시장 1, 2위인 대상 종가 김치와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의 지난달 배추김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었다. 두 기업의 국내 포장김치 시장 점유율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특히 대상 종가 김치의 지난달 전체 김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올라 폭염과 태풍으로 배추 가격이 폭등했던 2022년을 넘어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같은 기간 배추김치 제품군의 매출은 17%나 뛰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도 배추김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배추 가격이 급등한 이달에는 둘째 주까지 매출만 벌써 14%가 늘었다. 1~2인 가구가 늘고 힘든 김장을 기피하는 소비자가 점점 줄어들면서 포장김치 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 여름 배추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대상과 CJ제일제당 등 기업의 온라인몰에서는 포장김치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날 대상 자사 몰 정원e샵에서는 배추김치 상품 35개가, cj제일제당 자사 몰 CJ더마켓에서는 배추김치 상품 21개가 일시 품절됐다. 두 브랜드의 전체 배추김치 상품 73개의 3분의 2 수준인 무려 56개나 품절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배추가 적게 들어오는데 배추 가격이 오른다고 하니 포장김치 수요는 더 늘어나는 거 같다"고 말했다.
현재 출하되는 여름 배추는 재배 면적 감소, 폭염·가뭄 등 여파로 공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이달 중순 배추 도매가격은 상품 기준 포기당 9537원에 달했다. 마트나 전통 시장 등에서 팔리는 소매가는 2만~2만3000원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중국산 배추를 들여와 부족한 공급을 메우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4일 원예농산물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해 오는 27일 수입 배추 초도물량 16t을 들여온 뒤, 이후 중국 산지 상황을 보면서 수입 물량을 확대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국내산 배추의 경우 산지 출하량이 많은 시기에 단계적으로 수매, 정부 가용 물량을 상시 확보한 뒤 산지 상황에 따라 시장에 직접 공급할 방침이다. 또 산지 유통인과 농협이 물량을 시장에 조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출하 장려금을 지원하고,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내달 2일까지 대형마트 등에서 최대 40%까지 할인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저렴한 중국산 배추가 들어오면서 국내 배추 농가에 타격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중국도 고온으로 배추 작황이 좋지 않아 대량 수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산 배추의 주된 수요처는 외식업체, 식자재 업체, 김치 업체 등으로, 가정용과는 분리돼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앞서 수입한 물량 중에서도 가정용 소비로 풀린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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