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취한 채 수술한 의사 잡혔다…명문대생 동아리의 실체

입력 2024-09-26 15:30   수정 2024-09-26 15:45


수도권 명문대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마약동아리 '깐부'를 통해 대형병원 의사, 상장사 임원 등 동아리와 무관한 이들에게까지 마약이 퍼진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동아리 회장 염 씨 등 동아리 관련자 3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가 구속기소 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동아리를 통해 마약을 투약한 의사, 상장사 임원, 대학생 등 관련자 4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염 씨는 고급 호텔, 클럽 등에서 열리는 동아리 모임에 회원이 아닌 사람들까지 초대해 마약을 판매하고 투약했다.

이 중에는 서울 상급종합병원 의사 A씨도 포함됐다. A 씨는 지난해 10월~11월 염 씨로부터 마약을 구매해 총 3차례에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마약 매수를 위해 새벽에 약 30km를 운전해 염 씨 주거지 인근을 방문하고, 마약 대금도 현금으로 계산했다.

특히 A 씨는 새벽에 마약을 투약한 뒤 강남 소재 클럽을 돌아다닌 것도 모자라, 당일 오후 병원에 출근해 총 7명 환자의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마약류 진통제를 직접 처방할 수 있는 마약류 취급자다.

검찰에 따르면 A 씨가 투약한 MDMA와 대마는 투약 효과가 각 최대 6~10시간 지속되기 때문에 그가 마약에 취한 채 수술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 씨는 지난 5일 구속됐다. 검찰은 A 씨에 대한 면허 취소를 추진할 계획이다.

병원측은 A 씨에게 업무방해죄 등 적용을 검토하고, 수술받은 환자들의 피해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동아리와 무관한 코스닥 상장사 임원 40대 B씨와 그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20대 대학생 C 씨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 7월 서울의 호텔에서 2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투약 직후 서울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등 약 13㎞ 구간에서 고급 외제 차를 운전하기도 했다.

C 씨는 동아리 회원이 아님에도 염 씨로부터 마약을 받아오던 중 염 씨가 구속돼 더 이상 마약을 제공받을 수 없게 되자 상장사 임원인 B 씨를 소개받아 함께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파악된다.

B 씨는 2020년 태국에서 마약을 밀수한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음에도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대학 출신인 B 씨는 소환 요구를 받은 후 미국 출장을 명분으로 도피를 시도했으나, 출금 금지 조처로 인해 실패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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