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두 영풍 사장(경영관리실장)은 27일 영풍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강 사장은 이번 MBK파트너스와 공개매수 작전을 짜는 데 있어 영풍에서 '키맨'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또한 강 사장은 공개매수 성공 시 중국 등 해외에 고려아연을 매각할 것이란 시장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팔 계획이 전혀 없다"고 재확인했다.
1959년생인 강 사장은 골든브릿지투자증권(현 상상인증권)과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고 올해로 12년째 영풍에서 재직 중이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은 올 3월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반대로 아무런 제한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이 무산되자 그야말로 '영풍 죽이기'에 나섰다"며 "동업의 상징이었던 서린상사 사태가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그는 "장세환(영풍 창업주 장형진 고문 차남) 대표는 지난 10년간 서린상사를 내실 있게 발전시켰는데, 고려아연은 지난해 9월 서린상사의 인적분할을 먼저 제안해 놓고 올 주총 전후로 그간의 협의를 일방적 중단한 채 이사회를 장악했다"며 "이후 고려아연은 두 회사가 함께 거래해 온 고객사에 '고려아연은 곧 망할 회사'라며 거래를 끊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자사와의 '황산 취급 대행계약'을 끊은 점도 이번 사모펀드와의 협력을 결심하게 된 주요 계기라고 밝혔다. 강 사장은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필수로 생산되는 부산물로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아연 생산을 더 할 수 없게 된다"며 "고려아연이 20년 이상을 아무 사고 없이 잘 유지돼 온 양사 간 계약을 즉시 끊겠다는 것은 결국 석포제련소의 목줄을 쥐고 흔들어 영풍을 죽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
강 사장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향해서 날을 세웠다. 그는 "최 회장이 2019년 대표이사 취임 후 전체 주주들의 이익보다 고려아연을 사유화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영권을 독점하고 이사회의 기능을 무시해 △원아시아파트너스운용 사모펀드 투자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등으로 실제 회사에 큰 손실을 끼쳤다"면서 "이러는 사이 고려아연의 부채는 35배 늘었고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2019년 12%에서 지난해 6.8% 낮아지는 등 기업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강 사장은 "자식이 망가지는 것을 그냥 두고만 보는 부모가 어디 있겠으며, 내 재산이 손상되는 걸 어찌 참겠나"라며 "영풍이 이를 알고도 묵인한다면 그야말로 주주에 대한 배임이다. 우리는 고육지책으로 MBK파트너스에 손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고려아연이 더 성장하기 위해선 두 가문에 의한 경영시대를 매듭짓고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에 기반한 전문경영인 시대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 사장도 "적어도 저와 김광일 부회장이 있는 한, 고려아연은 중국에 안 판다. 팔 생각이 없다"며 "며칠 전 금속노련 위원장을 만나서도 개인적 약속도 했는데, 여기서 얼마나 더 확신드려야 믿으시겠나"라고 밝혔다. 이어 "어떤 경우에라도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 고용은 유지될 것이고 인위적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며 "신사업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MBK·영풍은 공개매수가를 기존 주당 66만원보다 13.6% 높은 75만원으로 올렸다. 향후 공개매수가를 또 올릴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말에 강 사장은 "현재로선 추가로 올릴 계획은 없다"며 "또 제가 그러고 싶다고 할지언정 MBK파트너스 측 판단에 따르는 것이어서 제가 답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경영권 분쟁 여파로 주가가 과대평가(오버밸류)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수긍했다. 그는 "주가가 오회사 오버밸류돼 있다고 본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고지에 공개매수가가 설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가치로 인수하겠단 뜻은 추후 우리가 경영권을 가지고 왔을 때 이 이상의 가치있는 기업으로 만들 수 있단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향후 재매각 시기가 돌아올 땐 주가가 100만, 120만원 수준으로 올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현재 개인이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해 지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영풍은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 기간(9월13일~10월4일) 동안 공개매수가 아닌 방식, 즉 장내에서 자기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늘리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 사장은 "우리는 경영권을 갖는 주식을 파는 것이지만 고려아연은 경영권을 줄 수 없다. 고려아연의 주식을 비싼 가격에 사서 더 비싼 가격에 사줄 사람이 과연 있겠나"라며 "대항 공개 매수는 최 회장의 권리이니 이래라저래라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최 회장이) 불법 요소가 있는 일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이성훈 케이엘파트너스 변호사는 "공개매수가가 공개매수 전 형성된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다. 그 가격으로 인수한 뒤 가격이 내리면 손해볼 게 뻔하기 때문에 자기주식 취득 행위는 배임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또 "MBK파트너스와 우리는 고려아연이 현재 보유한, 또 미래에 취득할 자기주식을 모두 소각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최 회장 측도 자기주식 활용안을 밝히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취득한 자사주는 단언컨대 소각할 것이며, 그게 자사주 취득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 회장은 취득 자사주를 자신을 비롯한 경영진에 성과급으로 보태려고 하고, 추측컨대 제3자에게 매각해 또 다른 우호세력을 만들려고 한다"며 "최 회장 측은 차입까지 해서 자사주를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소각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우리 회사의 사훈인 '근면과 성실, 인화'는 동업회사였기에 가능했고 지켜올 수 있었던 가치다. 최 회장 측이 먼저 동업자 간 약속을 깼다"며 "지금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때라고 본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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