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난데없이 '구약 성서'가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대선 당시 '아내가 구약성서를 다 외운다'고 했던 발언을 비꼬기 위해서다. 민주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이재명 대표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와 비교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선거법 위반 수사를 주장하기도 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손바닥에 ‘왕(王)’자를 써 무속 논란에 휩싸이자 배우자가 구약성경을 다 외운다고 거짓말을 했다. 절대 못 외운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약성경 다 외운다는 윤석열의 발언이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 유포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으면 검찰은 김건희 여사가 39권 929장, 2만3145절 방대한 양의 구약성경을 외우는 신공을 지금 당장 공직선거법 수사에 착수해서 검증하길 바란다"고 했다.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가 지난 20일 재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받자, 이 대표를 윤 대통령과 비교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시기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담당 실무자였던 고 김문기 씨를 성남시장 재직 시절 '모른다'고 말한 것 등으로 인해 재판받고 있다.
전 최고위원의 발언을 들은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발언에 나서 "제가 (비슷한 말을) 했으면 외우냐 못 외우냐 하면서 (검찰이) 징역 5년쯤 (구형)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힘을 보탰다.
이 대표는 "이 발언은 인식에 관한 것이자 종교와 신앙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아니다. 사실 웃어넘겨야 하는 일”이라면서도 “제가 이런 얘기를 했다면 징역 5년쯤 구형받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하필이면 또 양쪽에 안수 집사님들이 계신다"며 박찬대 원내대표와 김민석 최고위원에게 "한 페이지라도 외우시냐?"고 물었다.
이에 박찬대 원내대표는 '45년째 크리스천'이라고 밝히며 "저도 군대에 있을 때 구약 39권 중 한 권인 시편 150편을 외워보자고 도전했는데, 김 여사께서 구약 39권을 다 외웠다고 하면 정말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경 로마서에 ‘죄가 많은 곳에 은혜가 더 넘친다’는 구절이 있다"며 "손바닥의 '왕'자를 감추기 위해 구약성경을 다 외운다고 거짓말한 것은 너무 과장된 말씀이다. 성경을 인용한 거짓말에는 은혜가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고 비꼬았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지도부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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