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00만원 매트리스 불티나더니…강남 빌딩 '큰손'의 정체

입력 2024-09-28 16:32   수정 2024-09-28 16:51

서울 대표 부촌(富村)인 강남 대치동 일대 빌딩을 침대업체들이 사들이고 있다. 수면시장 고급화로 수익성이 좋아진 데다가 지난해 고강도 경영효율화 작업으로 현금이 확보된 되면서다. 부동산 시장이 뛰기 전에 비교적 덜 오른 가격에 빌딩을 사들이자는 움직임으로도 보인다.

28일 빌딩중개업계에 따르면 시몬스 침대는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 이면에 있는 7층 빌딩을 285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 7월16일 시몬스는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청담동 위치한 7층 빌딩을 285억원에 매입해 단독소유했다. 이 빌딩은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토지 면적은 509㎡(153평), 건물 연면적은 1875㎡(567.47평)이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임에도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으며 용적률을 303%까지 적용받은 건물이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던 건물이다.

부동산업계에선 김범수 카카오 의장(창업자)가 보유했던 빌딩으로 잘 알려졌다. 김 의장은 이 건물을 2010년부터 9년간 개인 명의로 보유했었다. 최근엔 보안장비업체 하이트론씨스템즈가 공시를 내며 278억원에 매입한다고 알렸지만 잔금 납부를 못해 계약이 무산됐다.

시몬스는 하이트론씨스템즈의 거래 불발 이후 3개월만에 전액 현금으로 285억원을 일시 납부해 이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몬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거두며 처음으로 국내 침대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시몬스의 매출은 3138억원으로 2022년(2858억원)보다 9.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18억원에서 319억원으로 170% 늘었다. 시몬스는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둔 배경으로 300만원대 이상의 ‘프리미엄 매트리스’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을 꼽았다. 임원 연봉을 삭감하며 고강도 비상경영을 하면서 현금을 확보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한 빌딩중개업소 관계자는 “빌딩 내부에 기업과 음식점 등이 입점해 있지만 이자비용을 따져보면 임대 수익률이 좋은 편은 아니다”라며 “시몬스 측이 추후 명도를 진행해 사옥이나 전시관 등 법인 자체 사용 용도로 활용할 것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침구업체 알레르망도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T412 빌딩(옛 삼성생명 대치2빌딩)을 3277억원에 인수했다. 알레르망은 ‘알레르망 스핑크스’를 내세워 침대 시장 공략에 나섰는데, 지난해 라지킹(LK) 사이즈 침대 판매는 전년 대비 354%로 증가할 만큼 고속성장 중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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