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 사이 입소문 났어요"…'견생역전' 기적의 카페 [현장+]

입력 2024-09-30 06:43   수정 2024-09-30 08:57

"너무 놀라지 마세요. 지금 강아지들이 한창 활발한 시간대라서요."

27일 오후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유기견 애견 카페 '다시사랑받개'. 문을 열고 들어가자 10여마리의 강아지들이 몰려들었다. 한 카페 직원은 이들을 진정시키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에 머물며 손님과 만나는 '상주견'들은 모두 길에서 구출돼 안락사 위기까지 갔던 유기견들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유기됐던 경험으로 인해 사람을 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상주견들은 손님을 잘 따랐다. 김민영 매니저는 "유기견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손님과 어울리며 정신적으로 회복된 뒤 또 다른 주인을 맞을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안락사될 가능성이 높은 유기견들을 상주견으로 두면서 입양을 중개하는 애견 카페가 '유기견 입양'의 한 통로로 떠오르고 있다. 유기견 애견 카페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유기견의 정신적 회복을 돕고, 입양을 원하는 애견인에게는 입양 전 충분한 숙의와 교감의 시간을 제공한다.
"형과 함께 유기·'강아지 공장'서 구출"…사연 많은 '애견 카페' 상주견들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가 직접 운영하는 애견 카페 '다시사랑받개'는 지난 2019년 문을 열었다. 센터를 통해 입양된 유기견들이 파양되는 경우가 늘면서, 보다 효과적인 유기견 입양 방법을 고민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재정난으로 여러 번의 운영상 부침을 겪었지만, 애견인들 사이에서 해당 애견센터가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3월엔 강아지들의 공간을 더 넓히기 위해 서울 중랑구 내 다른 건물로 카페를 확장 이전했다.

이날 카페는 평일 낮 시간임에도 손님이 꾸준히 들어왔다. 반려견을 동반하지 않고 상주견과 시간을 보내는 손님도 많았다. 20대 윤모 씨는 "인근에서 거주하고 있어서 이 카페에 자주 들른다"며 "바닥에 털썩 앉아서 강아지들을 만지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말했다.

크기와 견종이 제각각인 상주견들은 장난감을 입으로 물면서 장난치거나, 자기들끼리 뒹굴었다. 한참을 놀다가 카페 한쪽에서 조용히 잠들기도 했다.

현재 상주견은 총 8마리다. 이 중 3마리는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 관계자에게 입양된 뒤 카페에 맡겨졌다. 나머지 5마리는 상주견으로 머물면서 입양되길 기다리고 있었지만, 골든레트리버 피가 섞인 믹스견인 '뿌숑'은 다행히 다음 달 1일 입양이 확정됐다.

김 매니저는 "유기견 '뿌숑'과 '빠숑'은 지난달 경기도 포천시에서 함께 발견됐다. 발견 당시 진드기 오염이 심각한 상태가 곧바로 치료받았어야 했다"며 "평소 자주 들르던 한 손님이 입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곳을 거치는 상주견은 길에서 발견된 유기견 출신이기 때문에 사연도 제각각이다. 두 달 전 입양 보낸 믹스견 '포치'는 강아지를 판매용으로 불법 교배하는 '강아지 공장'에서 구출됐다. 입양센터에 잠시 머물다 유독 포치를 귀여워하던 한 손님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애견 카페를 통한 입양의 가장 큰 장점은 입양 전 충분한 숙의가 가능하단 것이다. 카페에서 유기견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서 과연 제대로 된 양육이 가능할지 고민한 뒤 입양을 결정할 수 있다. 김 매니저는 "실제로 센터 홈페이지를 통한 입양 신청보다 손님이 입양해가는 비율이 더 높다"며 "펫숍과 달리 우리는 입양에 어떤 비용도 청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양을 원한다면 가족 구성원들이 입양에 동의했는지, 하루에 반려견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확인하는 심사 절차는 거쳐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애견 카페에서 상주견을 거쳐 입양되는 유기견은 연평균 100~120여마리 수준이다. 김 매니저는 "상주견이 있는 애견 카페는 유기견 입양의 중요한 창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곳도 적절한 시설을 갖추면 충분히 다시사랑받개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부천대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반려견을 액세서리처럼 여기는 사람들은 키우기 버겁거나, 유행하는 견종이 아니란 이유로 반려견을 유기 및 파양한다"며 "애견 카페는 양육자가 유기견을 미리 만나보고, 스스로 책임감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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