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에 대한 원격 화상 조사,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조서 작성 등의 기능이 추가된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KICS)이 개통 일주일 만에 수사 현장에서 각종 혼선을 빚고 있다. 시스템 도입 초기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상 문제라는 설명이지만, 내년 중반께 법원에서 시행될 예정인 형사전자소송시스템과의 연계 과정에서 유사한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밤 대검찰청 내 킥스 유지·보수팀 직원 1명이 업무 도중 심한 통증과 오한을 느껴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과로와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이 직원은 이달 19일 자정께 킥스가 개통된 이후 며칠간 연속해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 실무자들이 킥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잘한 문의에 대응하는 것이 유지·보수팀의 주된 업무다. 킥스 도입 이후 원격 문의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이 팀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급증했다. 킥스를 이용하려면 필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데, 동시 접속 등으로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던 탓이다.
유지·보수팀뿐 아니라 개발팀 소속 인력들도 추석 연휴 때부터 주말을 반납하고 매일 13시간 이상 고강도 업무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자들도 불편을 겪었다. 개통 첫날인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접속 지연·장애로 공소장 상신, 벌과금 수납 등 전산 업무가 마비됐다. 경찰청 현장지원팀은 “서버 과부하로 접속 장애가 초래됐다. 신속히 조치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띄웠다. 경찰 내부망에는 “시스템 접속은 되는데 이전 시스템에서 작성한 문서가 출력이 안 된다”, “동시 접속이 많으면 과부하가 당연할 텐데 예상 못 했던 건가” 등 미비한 시스템을 성토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이 같은 운영상 차질로 차세대 킥스가 수사 효율성을 대폭 높일 것이란 정부 주장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내년 6월 구축될 예정인 법원 형사전자소송시스템과의 연계 과정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일각에선 애초부터 정부가 나랏돈을 들여 시스템 개발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구축에 전문성이 있는 민간 업체와 구매 계약을 맺는 편이 더욱 합리적이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리걸테크 업체 관계자는 “민간에서 이미 쓰이고 있는 서비스를 사들였다면 접속 장애 등 기술상 문제는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2021년 12월부터 약 3년간 차세대 킥스를 개발하는 데 1518억원의 나랏돈을 썼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