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인도 여행 유튜버가 부산을 다녀온 후 부정적인 후기를 남겨 논란이 일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논란이 된 것은 한글에서 영어로 오역된 문구였다. 그간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겪는 불편함 1위가 '언어'라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으나, 여전히 개선이 잘 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7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도 여행 유튜버 '노마딕 인디안'(Nomadic Indian)의 디판슈 상완은 최근 '한국 부산에서의 나쁜 경험'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영상에서 '부산의 마추픽추'라 불리는 감천문화마을에 올라갔다가 한 안내문을 발견했다. 펜스에는 "위험하오니 사진 촬영 시 펜스를 넘지 마시고 안전하게 인도 쪽에서 촬영하시길 바랍니다"는 내용으로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각각 경고문이 적혀있었다. 그런데 영어로 번역한 문구에서 보행자 도로를 의미하는 '인도'(人道)가 'sidewalk' 등이 아닌 국가 인도를 뜻하는 'India'로 잘못 적혀있던 것.
이렇게 오역된 안내문을 해당 유튜버는 두 군데서나 확인했다. 디판슈는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걸 찍으러 인도에 갈 사람이 누가 있냐"며 웃었다.
이에 국내외 누리꾼들 모두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가운데, 지자체가 기본적인 언어 부분에서 외국인 맞이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현재 내수가 침체된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은 '핵심 고객'으로 떠오르는 있어 이들의 재방문 및 유치 확대를 위해선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민간 여행산업 전문 독립 연구기관 야놀자리서치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대한민국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관광'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770만140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한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하기 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91% 수준까지 회복했다.
그간 '언어 소통'이 방한 외국인의 불편사항 1위라는 조사가 끊임없이 나왔다. 가장 최근인 2023 방한 외국인 실태조사에서도 쇼핑간 불편 사항 1위로도 '언어 소통의 어려움'(20회)이 꼽혔다. 이는 2위 '불편한 현장 결제 시스템'(11회)보다 2배가량 지적된 사안이다.
외국인들 사이에선 음식점 메뉴 오역 등도 끊임없이 불편 사항으로 거론되고 있다. 오죽하면 오역을 피해 제대로 음식을 시킬 수 있는 요령을 알려주는 사이트도 있을 정도다. "한국 음식점에서는 영어 번역이 된 메뉴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각종 한국 음식을 영어와 한글로 소개하는 해외 플랫폼 글도 있다. 지난 2016년 정부 기관까지 나서며 '엉터리' 외국어로 번역한 한식 메뉴판을 바로잡기로 했으나 여전히 부족한 곳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육회를 'Six times'로, 곰탕을 'Bear soup'으로, 동태찌개를 'Dynamic stew' 등으로 오역한 사례가 영국 BBC 방송에 소개되는 민망한 일도 있었다.
한국관광연구원은 지난 2020년 '방한외국인 재방문시장 분석 및 유치확대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불편 사항으로는 '언어 소통', '가격(물가)'에 대한 응답 빈도가 높았다. 방한 횟수가 많아지더라도 이러한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한 미경험자들은 그동안 한국을 방문하지 않은 이유로 '한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를 들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서비스 개선과 관광 홍보 차원에서 참고할 만한 사항"이라며 개선을 당부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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