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반도국가의 운명을 짊어진 '유럽의 한국'

입력 2024-09-27 18:18   수정 2024-09-28 00:52

스페인은 한국과 닮았다. 인구 규모,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비슷하다. 수많은 침략을 받은 반도 국가이며, 동족상잔의 비극과 긴 독재를 경험했다. <케임브리지 스페인사>는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 두 명이 집필한 스페인 역사 입문서다. 스페인의 고대사부터 현대까지를 아우른다.

스페인은 대서양과 지중해,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 길목에 있다. 다양한 나라 및 문명과 접촉할 수밖에 없었다. 카르타고와 로마가 이곳에서 충돌했다.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의 몇 세기에 걸친 분쟁은 스페인의 종교적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때 거대한 제국으로 황금기를 맞이했다. 콜럼버스를 앞세워 스페인령 아메리카제국의 첫 장을 열었다. 하지만 종교혁명, 오스만제국으로부터 유럽 기독교를 수호하기 위한 전쟁, 부르봉왕가 전환 과정에서 벌어진 왕위 계승 전쟁 등 수많은 전쟁 속에서 짧은 전성기를 떠나보냈다.

스페인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은 스페인 내전이다. 유럽 역사상 최악의 내전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전쟁은 3년에 걸친 국민군과 공화군의 다툼 끝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이끄는 국민군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1975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까지 스페인엔 오랜 독재의 그늘이 드리웠다. 프랑코 독재 시기를 어떻게 평가하고 청산할 것인지는 스페인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다. 책은 스페인 역사의 다양성을 ‘맛보기’로 이해하는 데 적합하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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